#3 플러스펜+물감+번짐
어릴 적부터 보고 그리는 걸 좋아했다
좋아했다.. 라기 보단 똑같이 그렸을 때 사람들이 칭찬해 주니까
보고 그리기를 더 자주 그렸던 것 같다.
지금의 나도 어릴때와 다름없이 따라 그리는 것은 자신이 있다.
그런데 가끔 누군가가 "나 그림 한 장만 그려줘"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무엇을 그려줘야 할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아무것도 그려주지 않고 도망치듯 가버린 적이 있었다.
그림 그려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나는 어려웠을 뿐인데.. 때론 오해를 사기도 했었다.
그림은 어렸을 때부터 그려왔지만
딱히 나의 스타일이란 그림이 없었다.
좋아하는 그림이 있으면 그 스타일대로 무언갈 그리고
그다음에는 또 괜찮은 그림을 찾아 그 스타일로 그리고..
다양함은 있지만 통일성은 없는 나의 그림들
그림에 대한 정체성이 없었다.
그런데 플러스펜과 물감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가끔 그리긴 했지만
자주 그리진 않았다.
지금 다시 돌아보니 정체성이 없었다 라기보다
내 스타일을 만들 정도의 꾸준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인듯 하다
지난 유성시장 나들이 이후
플러스펜과 물감의 느낌이 좋아서 계속 그리기 시작했다.
한 장 두 장..
여전히 인터넷 기사, 검색 이미지를 찾아 그렸다가
밖을 다니다가 그리고 싶은 장면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와
느낌 그대로 드로잉하고 물감으로 색을 입혀 주었다.
다른 것보다 재미있었다
매일매일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았지만
내 그림을 sns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이 더 좋았다.
이렇게 매일의 이야기를 쌓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그림 스타일도 정체성도 차곡차곡 쌓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