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한 말이라고?

무례한 말에 웃을 수밖에 없던 날들

by 화유
“야 너 담배 피우냐?ㅋㅋ 이빨이 왜 이렇게 누래?”



어릴 적 친구가 무심코 던진 말이다.

그 순간 친구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시 나는 내 치아색이 남들보다 노랗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건 외모에 관심이 많던 내게 꽤 큰 콤플렉스였다. 그 말은 그냥 농담이 아니었다. 비수처럼 마음에 박혀,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땐 “그래 핀다 왜!ㅋㅋ” 하고 웃어넘겼다. 진심은 아니었다. 정색하면 분위기를 망칠까 봐, 혼자 찬물 끼얹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람마다 타고난 치아 색이 다르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미백치약도 써보고, 셀프로 관리도 해봤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연예인이 될 것도 아니고, 그냥 태어난 대로 살아가자고 마음먹으며 그 일은 해프닝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불쾌한 말을 들으면 그냥 웃지 않는다. 표정을 바꾸건, “뭐라고?”하며 되묻는다. 그 반응에 상대는 당황해 말끝을 흐리거나, 얼버무리며 화제를 바꾼다. 이제는 그런 말에 선을 긋는다. 나를 보호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무례함은 더 쉽게 가려진다. 여유가 있을 땐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상처가 되는 말이라면 단호해져야 한다.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으면 무례는 반복된다. 단호함은 예민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식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한 말이 있다.


“xx는 살이 많이 빠졌네? 근데 넌 살 좀 빼야겠다. 네가 다 뺏어 먹었니?ㅋㅋ”



가족 앞이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웃어넘겼지만, 기분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가깝다는 이유로 말의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친밀함이 아니라 무례다.


이런 말들에 익숙해지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정작 그 순간엔 웃으며 넘겼다. 당황해서 얼어붙은 것도 있고,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컸다.


우리는 종종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무례를 포장한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는 대신 웃자고 한 소리라며 되려 정색하는 쪽을 몰아세운다. 하지만 장난은 같이 웃을 수 있을 때만 장난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를 돌아본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색함을 깨려고, 웃기려고, 그냥 던졌던 말들이 누군가에겐 상처였을지 모른다.


말은 쉽게 흘러가지만, 아주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그만큼 말에는 힘이 있다.


불편한 상황을 웃어넘기는 건 더 이상 나를 위한 일이 아니다.

무례엔 단호하게, 다정함엔 아낌없이.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되어가면 좋겠다.


사진: Unsplash의Ali Kok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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