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가 큰 집인지라 몇 년 전까지도 기제사나 차례를 빠짐없이 지냈다.
엄마는 그 힘든 일을 도맡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해야 할 도리'라는 명목 아래 꿋꿋하게 해 왔다.
친가의 많은 어른 중 그 누구도 제사 준비를 하러 오지 않았다.
제사가 끝나면 손끝을 주무르며 "그래도 해야지. 이게 내 도리야"라던 엄마.
그걸 지켜보던 나는 그들을 향한 원망만 커졌다.
그날도 어김없이 억지로 온 티를 내던 친척 어른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피차 불편했지만, 오랜만에 본 사이니 어색함을 풀 겸 얼마 전 크게 다쳤었다는 말을 꺼냈다.
돌아온 건 생각지도 못한 한 마디였다.
"다친 게 자랑이냐?"
어색함을 깨보려 건넨 말이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그날 이후, 그 사람과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손윗사람인 엄마에게 늘 시답잖은 농담과 돈 자랑, 자식 자랑만 늘어놓던 사람.
이미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 온 손님이니 이야기라도 나눠볼까 했던 배려 섞인 마음은 그날 단숨에 꺾였다.
그날 대답조차 제대로 못 한 게 못내 아쉽다.
차라리 그때 한 마디 해버릴 걸.
사진: Unsplash의Caleb Wo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