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히 계절감이 느껴지는 도서들을 많이 접했다.
그중에서 ‘여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구매한 건 처음.
“여름어…. 사전?! 사전이라고?
표지는 왜 이리 청량해? 더군다나 품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예약 구매를 신청한 몇 주 후 받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저자 또한 비범했다. ‘아침달 편집부‘ 4인과 아침달에서 시집을 출간한 시인들, 북클럽 회원들까지 공동 저자의 개념에 새로운 가지를 친 시도였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저자마다의 서사와 감정을 담아 토막글로 구성한 재미있는 출판물이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호기심도 켜켜이 채워졌다.
P.36-37 <그물코>
우리가 어떤 그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이 함께 나누는 마음으로 커질 수 있는 이유는 송송 뚫린 '마음코'들이 비어 있는 존재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없어서 완성되는 사랑도 있는 것이다. 아니, 사랑은 없어야 비로소 사랑이 된다. 여름에는 모든 것이 생동한 감각으로 존재해서 슬프다. 진짜 다 사라질 것 같아서.
ㅡ 아침달 편집부(2025), 낙서, 『여름어 사전』, 아침달
수많은 단어와 저자 중 유독 필명 ‘낙서’님의 단어들에 결이 맞춰졌다.
인상적인 낙서 작가님의 문장들을 소개하고 싶다.
P.94-95 <물꽃>
바다는 하루에 몇 개의 파도를 잃어버릴까. 이것이 바다가 파도를 기억하는 방식이라면.
ㅡ 아침달 편집부(2025), 낙서, 『여름어 사전』, 아침달
P.104-105 <방방이>
구름을 밝히는 빛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더 높은 점프를 돕는 둥근 공중. 왠지 조금만 더 손을 길게 뻗으면 하늘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주는 거대한 눈동자.
ㅡ 아침달 편집부(2025), 낙서, 『여름어 사전』, 아침달
P.258-259 <풋사랑>
마음은 어떻게 측량할 수 있는 걸까. 들뜨면 안 되는 걸까. 한낱 풋사랑일 뿐이야,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미숙한 사랑은 꼭 여름날에만 있었다. 빛을 한가득 쥐고 싶을 때마다 빠져나가는 틈새들이 있었다. 풋여름에만 그랬다. 그때 마음은 비뚤어진 자세로 앉아 있는 편지지였다.
ㅡ 아침달 편집부(2025), 낙서, 『여름어 사전』, 아침달
『여름어 사전』 을 보며 계절마다 그 계절을 찬미하는 사전이 나왔으면 했다. 그때 마침 『겨울어 사전』 을 기획 중이라는 아침달 편집부의 소식을 접하고 화색이 돌았다.
그 결에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싶어 작은 마음은 전했다. 여름의 언어들로 여름을 사랑하게 된 것처럼, 겨울의 언어들로 더 많은 사람들이 겨울을 사랑할 수 있게.
P.175-176 <여름사랑단>
더워 죽겠는 날들까지도 사랑하냐면 망설여지지만, 여름에는 많은 것들이 깨어나기에, 몸속에 꽁꽁 얼어 있던 마음이 녹는 기분이 든다. 심장이 해빙되는 기분을 한 번쯤이라도 느껴본다면, 여름의 활기를 본 적 있다면 누구나 ‘여름사랑단’이 될 수 있다.
ㅡ 아침달 편집부(2025), 넝쿨, 『여름어 사전』, 아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