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by 화유

2025년 9월 6일. 북클럽 문학동네에서 주최하는 안희연 시인 강연회가 있는 날이다.

우선, 안희연 시인을 검색했다. 다양한 시집과 산문을 출간한 대한민국 시인이자, 한예종 교수로 시를 가르친다.

저서를 살펴본다. 당장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을 검색하니, 산문집인 『단어의 집』이 나온다.

시인답게 단어 하나하나를 시인의 언어로 정의하며 기술하는 능력이 가히 뛰어났다.

단어를 마음껏 지휘하는 시인의 구사력도 궁금해져 강연회 참석을 신청했다.


'시'라고 하면 교과서를 통해 만난 김소월, 이상, 윤동주, 박목월 시인들과 베스트셀러로 알게 된 나태주 시인 등의 문인들이 떠오른다.

작품보다 시인의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신기한 장르.

'시'는 그야말로 시인 그 자체를 담고 있는 분야이기에 수준 높고, 아름다운 문학예술이다.


사실,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시'를 썼다. (지금 보면 손발이 다 오그라든다)

최대한 함축적으로, 그럴듯하게 쓰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무지에서 비롯된 완벽한 착각이었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세를 낮추자, 시만큼 고뇌하고, 응축하는 문학이 또 있을까 싶다.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이후로 근 10년 만에 시집을 펼쳤다.

『단어의 집』을 통해 소위 말하는 덕질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전문인 시도 궁금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마따나 강연회 참석 전에 그녀와 그녀의 작품 세계를 최대한 많이 담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시집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책의 첫인상은 초록빛 표지와 '여름'이라는 단어의 조화로 산뜻하고 청량한 느낌이었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유려한 빛깔로 빚어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우기가 연상되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P.12-13 <소동>
나는 지워진 사람
누군가 썩은 씨앗을 심은 것이 틀림없다
아름다워지려던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어긋나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

ㅡ 안희연(2020),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창비


P.24 <망종>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ㅡ 안희연(2020),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창비


안희연 시인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초연(超然)한 ¹ 사람'이라 부르고 싶다.

단어를 명명하는 것을 넘어, 그 단어 자체를 흡수해 내 것으로 만드는 사람.

부단히 애쓰지 말고, 받아들임으로 인해 내가 나다워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사람.

그녀는 그런 시인이다.


P.135 <열과>
더럽혀진 바닥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여름은 다시 쓰일 수 있다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ㅡ 안희연(2020),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창비


이제, 침대맡에 놓아둔 『줍는 순간을 읽을 차례다.

내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¹ 초연하다(超然하다):어떤 현실 속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하다. (표준국어대사전)

사진: UnsplashMartin K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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