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루트 후기 (6)

by 휘피디

간밤엔 이탈리아 여정을 예약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이동편은 준비가 됐지만 아직 숙소를 잡지 못한 상태다. 일반적인 호스텔이나 호텔로 잡으면 금방 잡겠지만 급박한 일정에 한인 민박을 알아보다 보니 예약이 어렵다. 한인 민박을 찾는 이유는 오직 하나... 한식이 먹고 싶어서 ㅠㅠ 여정을 하는 동안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고추가루와 마늘과 msg 맛을 느끼고 싶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건데 왜 이 사람들은 msg를 안 쓸까? 스파게티든 뭐든 한 입 뜬 후 여기다 치킨 스톡 한 스푼만 넣으면 딱인데... 라고 생각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오늘 밤에 다시 알아봐야지.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준비해준 빵 두 개를 먹고 출발했다. 오늘 나는 포르투갈을 떠나 스페인에 진입하게 된다. 이제 걷는 게 많이 편해졌다. 그렇게 속을 썩이던 발도 통증이 가라앉았고 걸음을 내딛는데 불편함이 없다. 포르투갈 - 스페인 경계를 지나며 거짓말처럼 날씨가 좋아져 기분도 상쾌하다. 매일이 오늘 같다면!


20241022_094429.jpg 갑자기 날씨 변화 무엇... 스페인에 들어서니 걷는 사람도 많아졌다.

어제 같은 방에 묵었던 마티스와 출발 시간이 비슷해 동행을 하게 됐다. 이 길을 걷는 동안 누군가와 하루 내내 같이 걸은 건 처음이다. 말을 하며 걸으면 아무래도 훨씬 덜 힘들다. 수다 떨다보니 느끼는 게, 혼자 걷던 길이 외로웠구나 싶다.

마티스는 독일의 블랙 포레스트에 산다고 한다. 그 동네에서 태어났고, 옆 집에 살던 아내와 20살에 결혼해 지금 애가 13살, 12살이라고 한다. 와우! 33살에 애가 13살이라니 앞서가는 청년이다.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이 모두 같은 마을에 사는 순박한 시골 청년 마티스. 그는 현지에서 소방대원이자 차량 수리기사로 일한다고 한다. 산티아고 길은 부부 관계가 힘들때마다 걷는다고... ( ㅡㅡ ) 여길 다녀오면 부부 관계가 좋아져서 아내가 올해도 다녀오라고 추천한다고 한다...


20241022_144013.jpg 마티스의 부부관계를 응원하며


포르투갈의 마지막 도시는 발렌사. 과거엔 전쟁도 하던 사이여서일까? 높은 지대에 큰 성벽이 둘러싼 도시다.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도시가 워낙 고풍스럽고 멋있어서 나중에 한 번 더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1022_094610.jpg 오래된 성벽이 아름답다


발렌사를 지나쳐 스페인에서 우릴 맞아주는 도시는 바로 뚜이. 대성당이 유명한 도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평일 오전이었는데도 유럽 각지에서 온 패키지 투어리스트로 사람이 매우 많았다.


20241022_101211.jpg 뚜이!
20241022_095229.jpg 저 분들이 다 한 버스에서 내린 유럽 출신 관광객들이었다. 성당을 보러 온 걸까?


스페인에 진입한 뒤로 확실히 안내가 많아졌고 문을 연 가게도 자주 보인다. 전체적으로 인프라가 두 단계 정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포르투갈이 조용하고 순박한 느낌이라면 스페인은 확실히 시골길을 걸어도 좀 더 길이 포장되어 있고 국가가 발전해 있는 게 느껴진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는 노란 화살표의 퀄리티도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본국이라 그런 걸까? 포르투갈에 있다가 오니 역체감이 어마어마하다.


20241022_111758.jpg 남은 거리까지 표시해주는 스페인의 노란 화살표


이렇게 인프라가 좋아졌지만- 갑자기 음식이 입에 맞을 수는 없지. 점심 때 문을 연 카페에 들어갔는데, 기대를 해봤으나 역시나. 오믈렛과 빵을 시켰는데 한숨이 절로 나오는 퀄리티다. 같이 밥을 먹은 마티스는 콜라와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샌드위치의 비주얼도 한국 편의점 수준이다. 하지만 마티스는 맛있다고 먹는다. 이런 식사 부실하지 않아? 물어보니 저녁을 제대로 먹으면 된다고 한다. 그래 니 말이 맞지. 저녁을 제대로 먹으면 되겠지. 식당은 7시에 열고 나는 9시에 자야겠지만 말야...


20241022_132548.jpg 오믈렛을 시켰더니 계란말이가!


스페인에서 점심을 먹으니 그때서야 기억이 난다. 아, 내가 11년 전에도 스페인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그 무거운 걸 들고다니며 직접 해먹었었지.


20130717_133211.jpg 이건 2013년도에 찍은 사진. 당시에도 음식이 입에 안 맞아 빵과 후무스와 두유를 가지고 다니며 점심을 때웠다


한참 수다를 떨다 오늘의 목적지인 포리뇨에 도착했다. 그동안 쭉 25km이상 걸었는데 갑자기 거리가 20km 정도로 줄었다. 단 5km가 줄어든 것인데도 체감이 크다. 앞으로 남은 일정도 대부분 20km이하를 걸을 예정이라 어려운 고비는 넘겼구나 싶다. 마티스와 나는 숙소가 달라 포리뇨 입구에서 헤어졌다. 숙소에 가서 짐을 푼 뒤 스페인 온 기념으로 맛있는 걸 먹자고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시간이 6시인데 단 한군데도 문을 연 가게가 없다. 심지어 여긴 포르투갈보다 한 술 더 떠 8시에 문을 연다고 한다. 와, 세상에. 스페인 포르투갈 사람들은 역류성 식도염 안 걸리나요.

결국 내일 먹을 음식을 포함해 장을 잔뜩 봤다. 이제부턴 간편식 들고다니며 간다! 가방은 무거워지겠지만 거리가 짧아졌으니 괜찮지않을까 싶다.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는 간편식으로 식사를 때웠는데 점심에 커피숍에서 먹은 것보다 10배는 맛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간편식이라도 맛있어서... 저녁식사를 만족스럽게 한 뒤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에 가기로 결정한 뒤 여행 준비를 하느라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 전까진 숙소에서 책을 열심히 봤는데 지금은 책도 보지 못하고 있다. 빨리 마무리하고 조금 더 이 길에 집중을 해보자.


7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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