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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씨앗통장에 후원하기

by 휘피디

어렸을 때 아버지와 길을 걷다가 구걸하는 앵벌이 청년을 보았다. 잘린 두 다리에 고무를 덧대고 바닥을 기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보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서 아버지에게 돈을 주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런 사람들에게 지금 돈을 준다고 해서 그 돈이 제대로 쓰일 거라 기대를 할 수는 없다고. 저런 사람들 뒤에는 깡패가 있고 그 깡패들은 너의 동정심을 이용할 뿐이라고. 오늘처럼 힘든 사람을 보고 돕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그 마음을 모아 제대로 된 기관에 기부를 하라고.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됐고 직장도 얻었다. 첫 월급을 받자마자 기부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품고 있었던 때문이다. 어린이 재단에 3만원, 유니세프에 3만원. 나중에 유니세프는 후원금이 이상하게 쓰인다는 뉴스를 보고 기부를 철회하긴 했으나 어린이 재단에 후원하던 것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요 근래 주식 시장이 꽤 올랐다. 주식으로 돈을 벌면 어쩐지 불로소득이 생긴 것 같아서 뭔가 좋은 곳에 돈을 쓰고 싶어진다. 고민 끝에 추가로 기부할 곳을 알아보았고, 디딤씨앗통장에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디딤씨앗통장은 사회취약계층 청소년의 통장에 내가 (월 최대 10만원까지) 돈을 보내면, 나라에서도 같은 금액을 넣어줘 두 배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후원과 복지가 섞인 정책이다. 특정 통장을 지정할 수도 있고 랜덤하게 입금되게끔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취약계층 아동이 성인이 된 후 학자금이나 주거비, 의료비, 취업훈련 비용 등의 한정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기부를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자립정보 on'을 검색 -> '후원사업' 항목의 '후원신청' 선택 -> 본인 인증하고 후원금 정하고 어떤 통장에서 빠져나갈지 적으면 끝. 이렇게 후원하면 국세청에도 자동으로 연결되어 세액공제 또한 받을 수 있다.


처음엔 특정 통장을 지정해서 후원을 할까 하다가, 이처럼 후원받는 와중에도 소외되는 아이들이 있겠다 싶어서 랜덤 지정으로 결정했다. 후원금이 부족한 아이들의 통장에 우선 입금된다니 안심이다. 취지도 기능도 추천할만한 것 같다. 부디 많은 관심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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