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미키17을 보고 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많이 아쉬웠다.
봉감독님의 외국어영화만 놓고봐도 설국열차 > 옥자 > 미키17 의 순서일 정도.
미키17의 리듬감은 매우 이상하다. 봉감독님 특유의 경쾌함도, 비틀기도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음악이 웃으라는 건지 진중하게 보라는 건지 톤을 못 잡고 있어서 감상을 매우 방해한다.
사건 전개를 내레이션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작품 전체의 리듬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고, 초반의 인물 배치를 본 뒤 엔딩까지 전개가 다 보이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기생충에서 초인종이 울린 뒤부터 생기는 그런 전복,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아찔함이 미키 17에는 전혀 없다.
사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그냥 영화 자체다. 보고나서 복기해보니 좋은 장면이 예고편에 나온 게 전부다. 그러고나면 반짝임 없이 '봉준호스러움'만 남는다. <괴물>과 <옥자>를 섞어놓은 듯한 크리쳐와 어딘가 어리숙한 주인공, 약간의 슬랩스틱과 정형화된 권력 구도, 과장된 악역, <플란다스의 개> 속 강아지 혹은 <괴물>의 현서 같은 어린 생명체 등등이 온통 뒤섞여 팬들에게 인사를 한다. 헐리우드 대자본으로 만든 봉준호스러움이 반가울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봉감독님의 다음 한국어 영화가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