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있는 곳으로 출장을 가면 새벽 일찍 일어나 잠깐이라도 수영을 한다. 몸에 힘을 빼고 바다에 누워 구름이 숙성시키는 반죽처럼 부푸는 걸 바라보는 시간. 그러면 아무리 빠듯한 일정이라도. 아~ 그래 이 맛에 일하는 거지 뭐. 다 대수롭지 않아진다.
그럼에도 일로써 오는 여행지는 어느 것 하나 온전할 수 없다. 글과 사진 속에서만 완벽한 쉼과 여유로운 휴양이 있을 뿐이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호텔방에서 비닐봉지에 세제를 풀어 빨래를 하고 오션뷰가 보이는 창문 틀에 주렁주렁 빨래를 널고 세 바퀴쯤 굴러도 될 만큼 넓은 침대에 누워 슈퍼싱글 내방 침대를 그리워한다. 호텔방에서 새벽까지 밀린 일을 하다가 다시 새벽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으며 그래도 좋구나~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지쳐쓰러져 잠들면서, 출장 와서 일만 하긴 왠지 억울해서 새벽 일찍 일어나 수영을 하며 좋구나~ 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
저녁을 먹다가 뜬금없이. 당신에게 여행이란? 질문을 받고 그냥 웃고 말았지만.
국내든 해외든 출장으로 가면 "여행으로 오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뿐이다. 내 젊음과 맞바꾼 이 경험들이 소중하지만 꽤 고단한 일상이다.
여행을 싫어한다는 집돌이 피디는, "와~! 꼭 한번 와보세요 너무 좋아요!!!" 하며 여행코너를 진행하고. 지난달 일주일 정도 내 집에 들어갔던 나에게 여행은 이제 일이다. 모두 그렇게 적당히 꾸며진 채,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포장된 모습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