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ny Oct 04. 2017

일로써의 여행


바다가 있는 곳으로 출장을 가면 새벽 일찍 일어나 잠깐이라도 수영을 한다. 몸에 힘을 빼고 바다에 누워 구름이 숙성시키는 반죽처럼 부푸는 걸 바라보는 시간. 그러면 아무리 빠듯한 일정이라도. 아~ 그래 이 맛에 일하는 거지 뭐. 다 대수롭지 않아진다. 


그럼에도 일로써 오는 여행지는 어느 것 하나 온전할 수 없다. 글과 사진 속에서만 완벽한 쉼과 여유로운 휴양이 있을 뿐이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호텔방에서 비닐봉지에 세제를 풀어 빨래를 하고 오션뷰가 보이는 창문 틀에 주렁주렁 빨래를 널고 세 바퀴쯤 굴러도 될 만큼 넓은 침대에 누워 슈퍼싱글 내방 침대를 그리워한다. 호텔방에서 새벽까지 밀린 일을 하다가 다시 새벽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으며 그래도 좋구나~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지쳐쓰러져 잠들면서, 출장 와서 일만 하긴 왠지 억울해서 새벽 일찍 일어나 수영을 하며 좋구나~ 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 


저녁을 먹다가 뜬금없이. 당신에게 여행이란? 질문을 받고 그냥 웃고 말았지만. 
국내든 해외든 출장으로 가면 "여행으로 오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뿐이다. 내 젊음과 맞바꾼 이 경험들이 소중하지만 꽤 고단한 일상이다.


여행을 싫어한다는 집돌이 피디는, "와~! 꼭 한번 와보세요 너무 좋아요!!!" 하며 여행코너를 진행하고. 지난달 일주일 정도 내 집에 들어갔던 나에게 여행은 이제 일이다. 모두 그렇게 적당히 꾸며진 채,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포장된 모습으로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일과 여행의 경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