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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뚜루 Oct 15. 2022

수련중인 UXer의 HCI 연구 이야기

연구 2년, 산업 2년, 도합 4년째 수련중입니다.

HCI 연구는 석사과정 약 2년, 그리고 UI/UX 디자인으로는 꼬박 2년을 채웠다. 사실 햇수에 비해 아주 아주 농축된 연구와 일을 했기 때문에 숫자는 그리 중요하진 않다. 다만 경험을 풀기에 나쁘지 않을 정도의 연구-현업 밸런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UI/UX 가 들어간 직군에서 (제대로) 일하고 싶다면, HCI 연구와 회사 경험을 둘 다 해볼것을 적극 추천한다. 대학원을 꼭 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UI/UX 직군이 요구하는 능력, 이를테면 인간 대상 실험, 정량/정성적인 데이터 분석, 가설 설정과 검증과 같은 전반적인 능력치를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경우, 즉 한 우물만 판 경우는 생각하는 깊이나 범위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 분야에서는 시각을 넓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다소 치명적일 수 있다.


여태까지 느낀 바는, 연구는 ‘깊이’의 수련원,  산업은 ‘속도’와 ‘범위’의 수련원이라는 것이다.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우리가 상대하는 사용자는 놀랍게도 논문 리뷰어이다. 앞으로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사용자 집단 중 가장 학식이 높고 까다로운 존재인 것이다. 사실 실험에서 참가자가 내가 만든 툴이  별로라고 답한다고 해서 그 연구가 망하진 않는다. 오히려 왜? 에 대해서 잘 서술한다면 색다른 디스커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논문 리뷰의 경우 한두 번 돌고 떨어지면 끝(또 내면 되긴 하지만 허탈감이 어마어마하다)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들을 알아갈 기회도, 인터뷰할 기회도 사실상 없다. 그래서 연구할 때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야말로 장인 정신으로 갈고닦는 느낌으로 사용자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장인 정신의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조금 새는 것 같지만, ‘장인 정신’의 경우는 할 말이 많은데.. 디자인 학부 시절에도 교수님들이 끊임없이 강조한 정신이지만, 디자인 퀄리티에 대한 평가 방식에는 항상 의문스러웠다. 디자인이라는 게 애초 사용자가 어떻게 ‘느끼냐’이기 때문에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도 없고 측정하는 게 말도 안되긴 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도대체 어떤 메트릭으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과만 존재하는 평가를 받곤 했다. 당장에 디자인 어워드를 내면 대다수의 경우는 어떤 피드백 없이 결과가 붙고 말고밖에 없지 않은가. (내가 대학원을 디자인이 아닌 컴공으로 넘어갔던 게 이 이유가 가장 크다) 그래도 논문은 점수와 리뷰를 같이 받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답답하진 않았던 것 같다.


HCI 연구를 하며 배운 것은 한마디로 철저한 변수 컨트롤을 통한 실험 방법이다. 리서치 퀘스천과 가설을 곰곰이 고민하는 방법은 사실 학교를 다니면서는 배우기 힘든 부분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물론 쓰지 않는다. 누가 화장실 가서 닫힌 변기 뚜껑을 열면서 이 변기 뚜껑을 열면 더러울지? 를 검증해보자! 이런 생각을 하겠는가..(하지만 연구실에서는 해야 한다. 그 많고 많은 화장실 중에 이 화장실을 택한 이유까지 설명해야 할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내 창작물을 리뷰하고 검증하는 버릇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으며, 글로 소통하는 게 더 편한 성향도 대학원을 나오면서부터 발현되었다. 그야말로 다른 버전의 ‘장인 정신’과 ‘논리 싸움’의 수련원 같은 곳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때 배운 철저한 논리적 검증에 대한 수련은 현업에서 일을 하는 데 있어 튼튼한 근간이 되어주었다.

대학원 이야기에 이 짤이 빠질 순 없지


실험 참가자에게 잡지를 찢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라 하기도 했던... 알 수 없는 디자인 세계에서 HCI로 넘어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정성적 연구의 중요성을 더 깨달을 수 있었다. 가장 놀랐던 것은 컴공 사람들은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숫자로 매기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숫자의 세계에서 한 사람의 코멘트를 듣고, 그걸 추상화시키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를 설득시키곤 했다.


수치도 중요하지만 HCI와 같이 사람이 걸친 학문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말을 들어봐야 알 수 있다. 정량+정성적인 데이터를 함께 모아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을 mixed method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이 화면이 마음이 드는지 안 드는지에 대해 1~7 중 점수를 매기고(정량), 그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게 해서(정성) 각각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정량은 보통 “A가 B보다 확실히 선택 많이 받았더라”와 같은 트렌드, 통계적 검증이 주요하고, 정성은 2명 이상의 코더(coder)가 사용자의 코멘트를 테마로 묶어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수행한다.


하고많은 분야중에 HCI를 추천하는 이유는, 애초 다학문적 성격이기 때문에 범위도 넓혀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연구실에서 디자인 학부때 하던 정성적 분석 방법을 이것저것 응용하다가 ‘정성리서치 자석’이 되어버렸다. 정성적이라는 말만 붙으면 다 그때부터는 나의 소관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드는 게, 이때를 기점으로 내가 정성적인 분석을 통해 전체 연구를 관철하는 이른바 인사이트를 잘 뽑아낸다는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 과정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좋았으니, 엄청난 발견인 것이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 이건 못 참지.. 그래서 나의 경우는 정성적 분석은 더 주도적으로 설계하면서 성장하고, 정량적 분석은 통계와 기계학습에 대한 기초를 배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애초 데이터 타입부터 고려한 실험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면 대학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HCI 연구뿐만 아니라 현업에서의 경험도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학문과 산업의 갭이 큰지..!)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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