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일 글쓰기 2주 3일 차

we don't speak the same language

by 휘휘

김애란 작가님의 비행운을 읽었다. 그중에 묘하게 뒤틀린 닮음에서 다름을 느끼고 터져버리는 작품이 있다. 같은 줄 알았던 우리의 다름 그리고 종말을 표현한 '호텔 니약 따'다.

은지는 원하는 게 있으면 움직이는 아이였다. 갖고 싶은 게 있음 사고, 맘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일단 사귀어보는 친구. 헤드라이트를 켜고 야간 운전을 하는 사람처럼, 불빛이 닿지 않는 시야 밖 상황이나 관계를 종종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하는, 그리고 그게 주위 사람들을 가끔 얼마나 서운하게 만드는지 모르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서윤은 은지의 그 활력을, 무모를, 낭비와 허영을 사랑했다...(중략) 서윤이 볼 때 은지는 자기를 객관화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은지는 허세를 부릴 때에도 그것이 허세인 줄 알고, 탐욕을 부릴 때에도 그것이 탐욕인 줄 알며 스스로에게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친구였다...(중략) 그리고 은지는 서윤의 그 진지함을, 고민을, 성실과 교양을 좋아했다.
김애란 작가님의 비행운, 호텔 니약 따 中

같은 문법을 사용하고 같은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은지와 서윤은 대학 동기 친구다. 그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닮음을 찾아 사이가 좋았다. 언젠가 꼭 여행을 가자 말했지만 형편이 녹록지 않았다. 서윤은 나이 스물일곱에 원장에게 대들었다 잘리고 패스트푸드점, 편의점을 전전하며 알바로 연명하고 있었다. 은지네도 2000년대 들어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형편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서윤은 단축번호 3번을 눌러 은지에게 전화를 건다.


"우리 여행 가자."


불행의 시작이었다. 은지는 서윤이 아니고 서윤은 은지가 아니었다. 서윤이 큰 맘먹고 명동에서 구매한 원숭이가 그려진 민소매 티셔츠는 은지에게 웃긴 것쯤이었다. 영어를 잘 못하던 서윤이 I'm not english well이라 말했다 은지에게 문법 지적을 당한 일, 서윤이 뚝뚝이 기사 썸낭이 사 준 꼬치구이를 몰래 버린 일 등 서로를 지적하다 여행은 파국으로 치닫았다. 국문과 삼총사라 불렸던 은지, 서윤 그리고 다빈이었지만 은지와 서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던 다빈은 만나지 못했다. 룸메와 다퉈 사이가 틀어졌기 때문이다.


여행 역시 삶의 일환이다. 삶이 탄생과 죽음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듯 여행도 선택의 연속이다. 레저인가 휴양인가 아니면 역사유적인가 여행의 목적과 테마로 시작해서 게스트하우스냐 호텔이냐, 쌀국수에 고수를 넣냐 안 넣냐, 돈을 누가 관리하는가... 쉴 새 없이 갈림길이 나타나고 그때마다 선택해야 한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같은 길을 선택해서 도착할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MBTI 검사로 판단하는 사람의 성격이 16가지, 거기서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하는 유형 속에서도 각자가 다르다. 당장 나부터 ENFJ적 기질이 강한 한편, 때때로 ENFP적 기질이 발현돼 즉흥적인 삶을 살기도 한다. 당장 내가 바라보는 나와 당신이 바라보는 나는 다를 테다. 나를 내성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다혈질로 바라보기도,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 다양한 만큼의 생각으로 나는 당신을 판단한다.


비슷한 환경, 처지, 가치관, 성격은 비슷한 것에 그칠 뿐 같은 게 아니다. 나는 네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상대가 당최 이해가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대뜸 입으로 왜 저러냐 쏘아붙이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도 무심코 뱉은 당신의 말에 왜 저러냐 싶을 거다. 입 밖으로 꺼내기 전에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보자. 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we don't speak the same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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