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드디어 동안거 입제일이다. 그간 이번 안거 기간 동안에 수행할 주제로 위빠사나로 결정했고, 지난 약 2주간 수행을 위한 기초 공부를 해왔다. 마하시 한국 선원에 들려 사부대중에게 안거를 하겠다는 결의를 다졌고, 위빠사나 수행 지침을 위한 책을 구매해서 읽고 있다. 또한 유튜브 강의도 함께 들으며 마하시 선원의 위빠사나 수행법을 익히고 있다. 책을 읽으니 내용이 유튜브 강의와 같다. 즉 스님께서 법문을 따로 하신 것이 아니고 이 책을 천천히 읽는 것을 영상으로 제작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세수를 한다. 아내가 6시 10분에 아침 운동을 한다고 나간다. 아무도 없는 집은 바로 수행처가 된다. 아내의 운동 시간은 한 시간 정도 된다. 30분간 경행하고 30분간 좌선하기로 결정하고 경행을 시작한다. 처음 10분 간은 오른발, 왼발에 집중하며 걷는다. 그 이후 10분 간은 발을 들고 내리는 ‘듦-놓음’의 과정을 새기며 걷는다. 마지막 10분간은 ‘듦-감-놓음’을 새기며 경행 한다. 30분이 금방 지나간다. 두 번째 경행 시 팔짱을 끼고 걷는데 손가락 부위가 팽창함을 느낀다. 방향을 틀기 전 ‘섬’의 상태에서는 종아리 부분이 딱딱해지고 바닥과 발이 마치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단단하게 고정된 느낌을 받는다. 방향을 틀 때 허벅지 근육의 긴장감을 느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매우 천천히 걷는데 중심이 흔들려 비틀거리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허벅지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중간중간 잡념이 끼어들고 목과 얼굴 주변이 가렵다. 가려움을 명칭 부르며 잠시 멈춰 서서 가려움이 약해진 후에 다시 경행을 이어간다.
경행 마친 후 좌복에 앉는 과정을 천천히 새기며 다리의 굴절과 앉을 때 엉덩이 부분과 좌복의 접촉 부위를 느낀다. 평좌를 하기보다는 반가부좌로 자세로 앉는다. 평좌를 하다 보니 자꾸 몸이 앞으로 기우는 것 같다. 늘 해 오던 반가부좌가 훨씬 편안하고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도 수월하다. 손의 위치는 굳이 결인을 하지 않고 발 위에 가볍게 올려놓는다. 30분 시간을 맞춰 놓고 좌선을 한다. 일요일에 해파랑길을 걷기에 그 길에 대한 생각이 많이 올라온다. 올라오는 생각을 ‘생각’이라고 명칭 붙이며 사라지면 다시 배의 ‘부풂-꺼짐’을 명칭 붙이며 그 과정을 자세히 새기도록 노력한다. 잠깐씩 찾아오는 어깨 쪽의 가려움과 허리 쪽의 통증을 느끼며 명칭을 붙이고 사라지면 다시 ‘부풂-꺼짐’을 명칭 붙이며 관찰한다.
좌선을 마친 후 스트레칭을 한다. 약 10분간에 걸쳐 천천히 몸의 감각을 느끼며 한다. 스트레칭도 좋은 명상의 수단이 된다. 동작의 세부사항을 알아차리고, 몸에서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면 아주 훌륭한 명상법이 된다. 스트레칭을 한 후 푸시업과 스쾃을 각각 40회와 50회를 한다. 각 동작을 하며 몸의 감각, 근육의 움직임을 관찰하려 노력한다. 잘 되지는 않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몸의 세부 근육과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행은 경행, 좌선, 일상 수행이 있다고 한다. 스트레칭과 운동을 하면서도 수행을 이어갈 수 있다.
경행과 좌선, 그리고 스트레칭과 근육 운동을 마치고 지금 이 안거 일기를 쓰고 있다. 지금 시간이 오전 8시. 6시에 기상해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간다. 곧이어 아침 식사를 한 후 오늘 진행하는 ‘마음챙김 걷기’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길을 걸으며 수행을 이어갈 수 있다. 길벗과 얘기를 나누며 집중해서 들으면 듣는 수행이 된다. 말을 할 때 말하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며 말을 하면 말하는 수행이 된다. 30분간 침묵 걷기를 진행하며 몸의 감각,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경행을 이어갈 수 있다.
좌선 전 경행을 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어제 확인할 수 있었다. 어제 오후에 약 2시간 반을 걷고 돌아와서 좌복에 앉았다. 한 시간 좌선을 하는데 매우 집중이 잘 되었다. 걸으며 몸이 이완되고 생각도 대부분 정리되며 저절로 수행의 대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몸의 이완은 마음의 이완과 연결된다. 마음의 이완은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게 만들어 준다. 굳이 지금 이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까? 다음에 해도 되지 않아? 또는 꼭 지금 할 일도 아니잖아? 등등 차분한 마음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 준다. 우선순위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지금 해도 될 생각과 해도 소용없는 생각의 구분을 해주며 생각거리를 줄여준다. 게다가 몸이 이완되며 좌선 시 몸도 매우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게 된다. 좌선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고, 가능하면 움직이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을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수행의 대상인 배의 ‘부풂=꺼짐’으로 돌아오는 과정의 반복이다. 따라서 걸으며 만들어진 몸의 이완과 생각의 정리는 좌선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좌선을 마친 후 삼배를 한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제자들에게 귀의하는 의식이다. 그리고 모든 중생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축원을 한 후, 동안거가 원만하게 회향되기를 바라는 서원을 한다. 앞으로 3개월 간 안거가 잘 이어지길 발원하며,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유혹과 쌓아놓은 습관의 틀에서 벗어나 매 순간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원한다. 매 순간이 윤회의 순간이다. 한 생각 잘하면 극락이고, 한 생각 나쁘게 먹으면 지옥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생각에서 벗어나면 윤회가 없는 열반이다. 굳이 이런 생각조차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매 순간 수행을 이어가면 된다. 오늘도 좋은 날! 모든 중생들도 좋은 날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