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배낭의 교훈

by 걷고


날씨가 갑자기 많이 쌀쌀해졌다. 어제 아침 일찍 걷기 답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역사에 도착해서 배낭을 벤치에 내려놓고 등산화 끈을 조이고 있었다. 등에 한기가 느껴졌다. 추위에 대비하고 옷을 입고 나왔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하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순간 배낭을 다시 둘러맸다. 배낭으로 등을 감싸며 체온을 보호하기 위한 강구책이었다. 무거운 짐인 배낭이 나를 지켜주는 보호장비로 변한 것이다. 같은 물건도 용도와 상황에 따라 짐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배낭은 등산이나 걷기에 필요한 물품을 들고 다니는 용도로 사용된다. 동시에 등에 메고 다니면서 뒤로 넘어질 때 머리를 보호해 주기도 하고, 걸을 때 몸에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짐이 너무 무거우면 힘이 들고 속도를 낼 수도 없으며 쉽게 지치기도 한다. 또한 짐 중에는 별 필요가 없는 것들도 많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내용물을 얼마나 적당히 넣고 들고 다니는지 매번 고민과 선별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물품들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근육 이완용 크림이나 여유 분의 내의와 양말 등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비단 배낭에만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 역시 짐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불편하게 생각했던 분들과 우연한 기회에 만나서 얘기를 나누게 되면 의외로 통하는 점이 많은 경우가 있다. 반면에 소통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면 오히려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아 지루한 경우도 있다. 우리가 마주치는 상황도 같다. 좋은 상황이 삶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어려웠던 상황이 오히려 우리를 살리기도 한다. 새옹지마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하며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렇게 글로 정리하다 보니, 결국 도움이 되거나 불편함을 초래하는 원래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심이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살이에 짐이 되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떤 절대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상대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이기심이 만들어낸 하나의 ‘허상’에 불과하다. 결국 ‘제법무아(諸法無我)’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 - 유정과 무정 그리고 모든 상황을 포함하는- 은 그 실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허상을 실상이라고 생각하고, 그 허상에 속아 울고 웃으며 어리석음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 허상을 깨기 위해서는 실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타라 브랙은 저서 ‘삶에서 깨어나기’에서 지혜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당신의 오감을 깨워 활짝 열고 모든 것을 차별 없이 공평하게 자각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삶의 경험이 전경에서 계속 펼쳐지게 허락하면서 그 배경에 있는 이 깨어있는 내적 고요를 감지하라. 그리고 이 자각의 공간, 이 깨어있는 열린 공간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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