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에 가로, 세로가 약 1.7m 정도의 공간이 있다. 매일 아침마다 명상하는 공간이다. 한쪽 벽면은 옷장과 책장, 다른 벽면은 책상, 그리고 다른 벽면은 피아노와 등산용품을 넣는 선반이 차지하고 있다. 책상은 이미 그 용도를 잃어버리고, 책 대신에 등산용품이 산만하게 올려져 있다. 선반에서 꺼내는 것도 귀찮아 책상 위에 대충 올려놓고 필요할 때 쉽게 찾아서 쓰고 있다. 문 바로 옆에 조그만 이동식 서랍장이 있었는데, 그 장을 책상 앞으로 옮기고 나니 여유로운 공간이 생겼다. 그 공간에 좌복을 놓으니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방이 되었다. 방에 들어가 책상을 등지고 앉으면 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아주 차분한 빈 공간이 된다. 개인 선방으로는 이 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을 것이다. 서랍장 하나 옮기면서 선방이 만들어졌다. 공간은 배치하기 나름이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며 레이아웃을 배치할 때, 처음에는 고객의 요청을 한정된 공간에 넣는 것이 불가능하게 보였지만, 반복적인 수정 작업을 하며 레이아웃을 잘 정리하면 나중에는 공간이 남아도는 경우도 많았다.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공간 활용도가 달라진다. 시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할 일이 여러 가지가 있을 때, 시간을 어떻게 쪼개어 쓰는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단 어려운 일부터 마무리를 하고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나중에는 시간을 앞서 나갈 수가 있다. 대부분 하기 싫은 일을 미루고 머리 속으로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만 받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고 힘든 일부터 처리하고 나면 나머지 일은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해낼 수가 있다.
지금 ‘나는 바람입니다’라는 수필집을 읽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수필가들이 쓴 원고지 5매 이내의 짧은 수필을 모아 만든 책이다. 이 짧은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들은 많은 생각과 글에 대한 구성, 전개와 마무리에 대한 사전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작가가 쓰고자 하는 중요한 내용은 모두 들어가 있으나, 5매 이내에서 표현을 해내야 하기에 계속 정리정돈 작업을 했을 것이다. 마치 레이아웃을 계속 수정하듯. 머리 속에서 생각이 잘 정돈이 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사전 지식과 공부를 한 사람만이 글의 핵심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짧은 분량 내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요즘 가끔 글을 쓰면서 쓸데없이 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으나 정리가 잘 되지 않아 산만해서 그럴 것이다. 작은 방에 놓인 서랍장이나 다른 물품들이 산만하게 놓여있듯이. 한 구석 만이라도 비워놓으니 차분한 공간이 만들어지듯이 뭔가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 비움을 통해서 여유 공간이 생기면 저절로 차분해지고 쓸데없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있다.
매일 아침에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한다. 명상이라 하기에는 창피하다. 대부분 잡념과 망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으니. 하지만 언젠가는 그 꼬리들이 잘려나가고 고요한 빈 공간이 들어설 것이다. 타라 브락은 저서 ‘삶에서 깨어나기’에서 ‘현존(presence)을 가로막는 것을 작은 자아의 미망이라고 부른다.’라고 했다. 이기심이 가득한 작은 자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명상이 필요하다. 마음속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