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공은 불교 상담심리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상담심리사 자격증 취득에 매달리느라 전공인 불교상담 공부를 등한시하기도 했다. 그 당시 국내에서는 불교상담이라는 학문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걸음마 수준이었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일반 상담이나 불교 상담이나 목적은 하나다. 내담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서 일상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종교의 목적도 이와 같다. 이런 일차적인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정신적 성숙과 깨달음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종교에서 강조하는 점이기는 하지만, 상담 역시 이런 기능과 역할을 갖고 있다.
불교상담을 다시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나만의 색깔을 지닌 상담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늦게 상담계에 뛰어든 것이다. 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기 위해 찾은 방편이다. 하지만 상담계는 이미 기존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고, 그 안에 내가 설 자리는 거의 없다. 상담계 역시 일반 사업처럼 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센터를 오픈하면 그때부터는 사업이 된다. 일반 사업은 재화를 생산하고 판매에서 돈을 번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며 돈을 벌고, 상담사는 내담자의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며 돈을 번다. 하지만 일반 사업과 마찬가지로 병원과 상담센터 역시 생존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전문성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더 많은 환자나 내담자를 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존의 생태계에서 조금 벗어나 나만의 상담을 진행하는 불교상담사가 되고 싶다.
기존의 상담계 안에서 나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일반 상담과는 다른 상담을, 상담의 기본 원리와 원칙을 유지한 채, 진행해야 한다. 나와 다른 상담심리사와 차이점이 무엇이고, 어떤 점을 부각해서 나만의 상담 기법을 만들고 상담을 진행해야 할까? 60년 이상 살아오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을 겪어본 경험이 있다. 불교 공부를 오랜 기간 꾸준히 해왔다. 고통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불교 교리 안에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명상을 꾸준히 수행해 왔다. 명상은 일상 속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걷기를 오랜 기간 해오며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해 본 경험이 있다. 많은 길을 알고 있고, 길을 걸으며 성찰을 통해 길이 주는 가르침도 받았다. 또한 길벗과 함께 걸으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역동도 경험했다. 글쓰기를 통해 마음 정원을 가꾸고, 글을 통해 나를 표현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해왔다. 이런 경험들이 상담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다른 상담사와 차별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만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명상하고 걸으며 글 쓰는 상담심리사’가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문구다. 이제 서서히 불교 상담심리사로서 발걸음을 할 때가 온 거 같다. 하지만 아직 불교상담에 관한 이론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상담 이론을 공부하고, 수련 과정을 통해 익혔고, 임상 경험을 쌓아왔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상담 장면에 녹아나며 상담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불교 상담만의 상담 이론과 상담 기법, 그리고 원칙 등이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불교상담 공부를 꾸준히 하며 불교상담사로서 다른 상담사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정체성과 칼라를 만들고 찾아가고 싶다.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저자 잭 콘필드 Jack Kornfield) 책을 읽고 있다. 저자는 남방 불교를 오랜 기간 수행해 온 임상심리학자로 지금은 미국에서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의 정체성인 임상심리학자, 불교 수행, 명상 센터 운영이 있다면 내게는 상담심리사, 불교 수행, 걷기학교 운영이 있다. 그가 먼저 개척해서 불교상담이라는 길을 가고 있고 나는 그의 길을 따라가며 나만의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고 싶다. 이 책이 시발점이 되어 불교상담사가 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 책이 다른 책으로 나를 인도하며 다른 선생님을 만날 기회도 만들어 줄 것이다. 불교상담 역시 나 자신을 위해 또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좋은 방편이다. 나의 길이 저절로 서서히 눈앞에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