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보석을 찾아라

by 걷고

상담의 기본 원리는 무엇일까? 상담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그동안의 상담 경험을 돌이켜보면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담자가 중간에 종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상담을 잘해서라기보다는 적어도 내담자들이 거부하거나 불편해하는 상담을 진행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담자의 반응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기다리고 견디는 힘을 지니고 있고,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경험 덕분인 거 같다.

어제 반가운 친구 K와의 만남을 통해 상담의 효과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친구의 살아온 삶의 과정이 나와 너무 비슷했다. 가끔 들었던 그의 삶의 조각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차분히 둘만의 시간을 통해 과거 삶의 족적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그의 진솔한 얘기를 들으며 나의 마음은 저절로 열리고 있었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과거사가 저절로 풀려 나오고 있었다. 그는 나의 얘기를 아주 정성스럽게 들어주었고, 그 친구의 따뜻한 마음과 경청하는 태도 덕분에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아직도 조금 위축되어 있고, 사랑받고 존중받고 이해받고 싶어 한다. 예전처럼 그 내면 아이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거부하는 마음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었고 어루만져줄 수도 있었다. 그 아이는 편안해했다.


진솔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이 상담의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친구가 편한 이유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다. 동병상련의 마음은 연민의 마음과 일치한다. K와 헤어지면서 미안하고 후회되는 점이 있다. 그의 얘기에 좀 더 경청하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고 마음에 걸렸다. 그의 얘기에 이끌려 저절로 나의 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그의 얘기에 좀 더 집중하며 경청하고 싶다. 어제 얘기하면 느꼈던 점 중 하나는 여전히 나는 말보다는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마음이 아플 땐 불교 심리학>의 저자 잭 콘필드(Jack Kornfield)의 삶 역시 우리와 같다. 그의 어릴 적 가정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부친의 가정 폭력으로 어머니와 그를 포함한 형제들은 위축되었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어릴 적 자신이 좋은 환경의 집으로 입양되는 꿈을 꾸며 살았다. 이 내용을 읽으며 나도 그랬었다는 과거 기억이 떠올라 잠시 그 문장에 머물러 있었다. 이 글을 쓰며 그간 원가족에 대해 거부감이 들고 불편하게 느끼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을 스스로 가족으로부터 분리시키며 혼자 살아내려고 애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잭이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한 이유도 어쩌면 보상심리일 수도 있다. 잭은 우연한 기회에 남방불교를 접하고 수행자 생활을 했다. 수행을 할 때도 치열하게 애쓰는 그를 보며 스승은 애쓰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따뜻한 조언을 해주었다. 이 장면 역시 내게도 해당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수행하는 것이 치열하게 애쓰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요즘 들어 특히 많이 느낀다. 그래서 매일 명상 세션을 마친 후 자애 명상을 15분 정도 하고 있다.


K, 잭, 나는 공통점이 있다. 어릴 적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리고 그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다. 열등감이 삶의 동력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도 겪었다. K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 공부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남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서 열등감을 공부라는 방식으로 승화시켰다. 오기 또는 근성이 공부로 표현된 것이다. 나 역시 열등감을 영어를 통해 감추려 노력했다. 잭은 임상심리와 명상을, K는 공부를, 나는 영어와 명상을 통해 각자의 상처와 열등감을 치유하며 살아왔다. 지금 잭은 명상지도자로 또 임상심리학자로 살고 있다. 나는 걷기학교 교장으로 또 상담심리사로 살아가고 있다. K는 회사에서 은퇴한 후 과거를 훌훌 벗어버리고 멋지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에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나간 세월에서 마주친 모든 상황과 자신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가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숨 막힐 듯 사람으로 가득한 전철을 타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알 수 있다. 배고팠던 사람만이 배고픈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삶의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연민의 마음을 보낼 수 있고, 그들이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잭, K, 나는 다행스럽게 지난한 삶의 과정을 통해 내면에 늘 존재하고 있던 연민의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마음은 우리의 본래 모습으로 늘 지니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발견한 것이다.


한 우화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아들과 헤어지며 아들에게 큰 보석 하나를 선물한다. 아이가 잃어버릴까 봐 걱정이 되어 아이 옷 안에 보석을 넣은 후 꿰매어 준다. 그리고 살다가 배고프거나 힘들면 이 보석을 꺼내어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한다. 아들은 자라며 힘든 상황에 처했지만, 그 보석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거지 생활을 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아들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보석을 잃어버렸느냐고 묻는다. 아이는 그 보석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고 잊고 살아왔다. 아버지가 아들의 옷에서 보석을 꺼내어주며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보석은 우리의 내면에 늘 지니고 있는 사랑, 연민, 믿음, 존중, 배려 등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이 보석을 잊고 있을 때가 많다. 이 보석은 잃어버리고 싶어도 잃어버릴 수 없는 물건이다. 다만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잊고 있을 뿐이다. 어제 K를 만나며 상처받은 나의 내면 아이를 만났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잊고 있었던 보석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그 보석을 보며 원래 자신의 본성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K 덕분에 오랜만에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만났고, 그 아이를 달래줄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인연이다.


어제 만난 친구 K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척박한 땅에서 핀 꽃은 더욱 아름답고 향기롭습니다.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존중하며 자신의 주인으로 자유롭고 멋진 삶을 살아가기를 마음 모아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귀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불교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