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상점이나 식당이 폐업을 하고 다른 간판으로 바뀌거나 공사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 사장님들의 고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 뉴스를 보니 하루에 약 40여 곳의 커피숍이 폐업을 한다고 한다.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업장이 치킨집이나 커피숍이다. 하지만, 모든 장사는 또 사업은 단순한 기술이나 기본적인 자본만으로 성사되지는 않는다. 가게를 열고 몇 년간 많은 시련을 겪고 이겨내야만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수많은 변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하고, 고통과 시련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도 필요하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일 것이다. 그들은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살아가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삶의 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가장의 무게, 사장으로서의 무게, 고용주로서의 무게, 고객이나 손님들로 인한 수많은 요구에 대한 무게, 자신의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무게, 사회의 변화나 정치의 변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져야만 하는 무게 등등. 이런 무게를 견디며 사업을 운영하고 한평생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어진 삶이고 목숨이고 자신이 선택한 역할이니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의 삶에는 우리가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각자의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길가의 돌멩이 하나도 거기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듯이 우리들의 삶에도 반드시 이유와 목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삶의 고통 역시 삶의 일부이다. 그리고 그 고통에는 반드시 이유와 목적이 있다.
사업을 할 때 부채로 시달릴 때가 있었다. 그때 모든 부채를 정리할 수만 있다면 욕심을 내지 않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은 일단 시작을 하면 쉽게 접을 수 없다.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채가 정리되어야 하고, 집기 등을 처리하고, 직원에 대한 후속 조치도 마무리하고, 폐업 과정도 마무리해야만 한다. 어떻든 시간이 흘러 모든 부채를 정리할 수 있었고, 직원 고용 승계 조건으로 업계 후배가 회사를 인수하게 되어 무사히 사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업을 16년간 운영하면서 최종적으로 한 표현이 ‘무사히 빠져나왔다’니 사업을 한 것인지, 아니면 마치 긴 터널 속을 헤매고 다닌 건지 구별되지 않는다. 마치 오랜 기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의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이 사장 역할을 하느라 힘만 들었다. 물론 덕분에 그 기간을 살아올 수도 있었으니 힘든 만큼 보람도 있었다.
폐업을 한 사람들, 은퇴를 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오랜 기간 버티며 살아왔다. 사업을 인계한 후에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막막했고, 심리상태도 매우 불안했다. 꾸준히 해 온 명상이 작은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이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명상의 힘이 부족했다. 그리고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비교적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폐업 소식을 들으며 그들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막막함이 과거 나의 막막함과 다르지 않고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들에게 따뜻한 말을 전하고 싶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이 글이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지금 돌이켜보니 힘든 시간을 견뎠던 가장 큰 힘은 바로 루틴이다. 등산하고, 마라톤 하고, 걷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할 일이 없는 사람이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시간과의 치열한 싸움이다. 아침에 눈 뜬 후 그날 할 일이 없을 때 찾아오는 막막함과 좌절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게다가 희망도 보이지 않고, 앞은 깜깜하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하면서 시간을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참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견뎌야 한다. 시간은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가능하면 누워있거나, TV, 인터넷, 핸드폰에 빠지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이 건강해지면 정신도 깨어난다. 나는 걷고 답답한 마음을 글로 정리하고, 불안함을 안고 프리랜서 헤드헌터와 대학원 공부를 하며 그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그 루틴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걷기다. 하루에 50km를 걸었던 날도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을 피곤할 정도로 움직이면 불안한 생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면 된다. 루틴을 만들고 시간을 보내며 마음속 깊은 곳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안고 살아가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길이 저절로 앞에 나타난다. 나의 경우에는 할 일을 찾는데 10여 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물론 길을 가면서도 여전히 이 길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와 중간중간 찾아오는 불안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생각들이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고마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고통은 선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말을 하는 나에게 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돌아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준다. 과거에 대한 참회와 반성을 통해서 새로운 나로 태어날 수 있다.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자기 자신이다. 매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고통 속에 있거나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새로운 자신을 태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간을 견디며 루틴을 만들어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길 기원한다. 미리 힘든 과정을 겪은 사람으로서 드리는 간절한 당부다. 물론 다른 대안도 많을 것이다. 다만 가능하면 몸을 많이 움직이며 답을 찾기를 당부한다. 이는 모든 대안에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에 드리는 당부다. 먼저 몸이 깨어나야 한다. 그러면 마음도 깨어나고 회복이 된다. 몸과 마음이 깨어나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힘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일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