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범일님이 카톡으로 'DMZ 평화의 길 2박 3일 트레킹' 프로그램 안내문을 보내왔다. 신청 방법으로는 DMZ 캠프 홈페이지 주소가 있었다. 코리아 둘레길 사무국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들어가서 신청을 했다. 그리고 걷고의 걷기학교 밴드에도 이 안내문을 올려서 참가하고 싶으신 분들은 신청하라는 공지도 올렸다. 그리고 시간이 한두 시간 지나며 뭔가 개운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범일님이 전화를 해서 자신은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며 우리끼리 진행하는 것을 고려해 보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코리아 둘레길과 두루누비에 들어가 보니 이 행사를 진행한다는 문구를 찾을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 후에야 다음 카페에서 상업용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린 공지에 댓글로 이 상황을 알려드렸다.
왜 그렇게 급하게 신청하고 공지를 올렸을까? 코리아 둘레길 사무국에서 남파랑길, 서해랑길, DMZ 평화의 길 등 새롭게 조성한 길을 걷는 원정대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여러 번 신청했지만 매번 선발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번에도 안내문을 보자마자 혹시나 인원 마감이 될까 걱정이 되어 서둘러 신청했다. 그리고 천천히 안내문을 검토해 보며 낚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안했다. 길에 대한 욕심이 불러온 해프닝이다. 참 어리석었다. 동호회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그리고 코리아 둘레길을 걷기학교에서 진행하고 있음에도 이 방법을 통해 평화의 길을 마치고 싶은 욕심을 확인하며 창피하기도 했다.
교통편 제공과 숙식이 해결되는 걷기 프로그램은 걷는 사람에게는 무척 편안하고 호화스러운 여행이다. 누군가가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고마운 마음으로 참가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길을 정하고 준비를 한 후 공지를 올려서 함께 걷는다. 그 과정이 즐겁기도 하면서 가끔은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호회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가끔은 꾀가 난다. 함께 코리아 둘레길을 걷자고 약속을 하고서는 편안한 프로그램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본분을 망각했다.
걷기학교 회원 모든 분들을 번거롭고 혼란스럽게 만들어 드려서 대단히 죄송스럽다.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판단해서 걷기학교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범일님의 조언과 제안에도 감사를 드린다. 뭔가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일깨워주고 조언을 해준 범일님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걷기학교는 함께 만들어가는 모임이다. 길벗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언제든 이런 조언과 제안을 해주는 편안하고 열린 걷기학교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이번 일은 그런 면에서 내게는 아주 시기적절한 정문일침이다.
이제 시작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간 혹시나 초심을 잃지 않았나라는 자기 점검을 가끔 하기도 한다. 이번 해프닝은 그런 면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지금 인제천리길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해파랑길도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 4월부터는 해파랑길 진행 방법을 바꿔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에 있고, 3월 해파랑길 모임에서 이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다만 한 가지 조금 우려되는 것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금요마음 챙김 걷기' 진행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요일을 변경하는 것도 검토 중이고, 리더를 한 두 명 더 위촉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는 우리 학교의 대표적인 걷기 행사다. 3월 해파랑길 끝난 후 4월부터는 회원분들과 걷기학교 운영에 관한 상의를 하며 방법을 찾아 나갈 계획이다.
번거로움과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범일님의 조언과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열린 마음으로 함께 걷기학교를 잘 운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든 제게 조언과 제안, 그리고 쓴소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