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상담실은 50대 이상은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 유관 기관은 60세 이상은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업체에서는 30-40대 상담사를 원한다. 사설 상담소는 나이 많은 상담사를 선호하지 않는다. 요즘도 매일 상담심리사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상담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회가 더 많이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회는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다. 상담 외 강의나 심신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강의 콘텐츠 공모에 지원하였지만 탈락되었다. 다른 50 플러스 센터에서 강의한 내용을 수정, 보완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채택이 되지 않았다. 미래 계획 설계를 위한 안정적인 장소가 필요해서 50 플러스 공유 사무실 입주에 지원을 하였지만, 그 역시 탈락되었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 지친다. 계속되는 좌절로 인해 의욕이 저하된다.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하고 싶을 때까지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심리적으로 힘든 분들을 돕고, 약간의 경제적 수입도 올리고,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나마 서울 심리지원 서남 센터와 마음 복지관에서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마저 없었다면 아마 상담사로서의 꿈을 접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기간 상담사로 활동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마땅한 곳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어쩌면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의 경우 상담사로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다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허망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상담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면 보람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는지. 지금 이 상태로 지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명상하고 걷고,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센터에서 상담하고, 글 쓰며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것이다. 뭔가를 더 하거나 이루려고 에너지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하루하루 충실하게 사는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거나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걷기'다. 청소년을 위한 ‘걷기 프로그램’을 주 1회 진행하는 것이다. 서울 시내의 가까운 ‘북한산 둘레길’부터 시작을 하면 된다. 굳이 크게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만들 필요 없이 혼자 조용히 진행을 하면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죽어가는 분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유럽의 ‘소원 재단’도 한 분의 택시 기사가 시작을 하여 지금의 단체가 되었다.
상기 방법 외에 두 가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왜 걷는가?’라는 수필집을 내는 것과 ‘삼보 사찰 출가’를 하는 것이다. 일반인들 중 많이 걷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분들의 걷게 된 동기와 걸으며 느낀 소감과 변화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그 책의 부록에는 '청소년 걷기 프로그램'의 취지 및 안내를 하며 홍보를 하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집에서부터 걸어서 삼보 사찰을 순례하는 것이다. 승보 사찰인 송광사에서 출가 의식을 하고, 법보 사찰인 해인사에서 불법을 만나고, 불보 사찰인 통도사에서 부처님을 만나는 것을 마음속으로 원을 세우며 순례를 하는 것이다. 불교 신문이나 출판사, 불교방송국에 기획안을 제출하여 기사로 싣거나 책으로 발간하거나, 또는 영상 자료를 만들 수 있는지 타진도 해 보려 한다.
또한 이런 두 가지 프로젝트는 지금 계획하고 있는 ‘청소년 걷기 프로그램’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든 다른 생각 중 하나는 불교 성지순례를 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에서 출발하여 도업을 성취하신 보드 가야, 초전법륜을 펼치셨던 사르나트, 그리고 열반에 드셨던 쿠시나가라를 걸어서 순례하는 계획이다. 산티아고에서 뼈저리게 체득했던 ‘이 또한 지나가리’의 경험과 페르시아 시인인 루미의 ‘여인숙’이라는 시를 통해서 주어진 상황을 겸허히 수용하며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삶의 철학을 배웠다. 하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 아직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은 내게 사는 방법을 오래전부터 가르쳐주고 있었다. 12월 중순경 집중수행을 하기 위해 담마 코리아에 들어간다. 다녀온 이후 지금 계획한 방법을 다시 검토할 것이다. 지금의 좌절 역시 언젠가는 삶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고민을 내려놓고 차분히 지금의 상태에 머물며 하루를 알차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