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숍은 예전의 커피숍과는 그 목적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예전의 커피숍은 단순한 만남의 장소였다. 일단 그곳에서 만나 얘기를 나눈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식사를 하거나 할 일을 하기 위한 정류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커피숍은 공부를 하는 장소, 휴식의 장소, 소모임의 장소,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커피숍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왜 집을 나와 시끄러운 이런 곳에서 공부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사람들이 왜 커피숍에서 공부하고 쉬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빈 탁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빈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안의 어느 곳에도 자신만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만을 위한 방이 있다 하더라도, 책상이나, 침대, 소파 어느 곳이든 무언가가 늘 놓여있다. 정리하기 위해 치우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한다. 지금 내 책상 위에도 책 몇 권과 노트북, 스피커, 독서대, 인터넷 공유기, 필기도구, 메모장 등 이런저런 물건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가끔 책상 정리를 하지만 별로 사라지는 것은 없다. 위치 이동만 하는 꼴이고 책만 다른 책으로 바뀔 뿐이다.
나만의 공간인 작은 방에는 좌복과 책상과 책장이 있다. 그리고 트레킹 용품들을 보관하는 간단한 옷장과 부부 공용 옷장 겸 장롱이 있다. 그리고 한 구석에는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놓여있다. 그 잡동사니만 없어져도 방 중앙에는 오직 좌복만 남아있어 한가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될 수 있는데 이 조차 쉽지 않다. 잡동사니 역시 늘 사용하는 물건으로 간식, 걸을 때 마실 물과 이온 음료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모두 나를 위한 물건임에도 가끔 이런 물건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을 위한 물건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율배반적 상황이다. 과연 지금 방에 있는 물건이 모두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물론 일부는 없애버리거나 줄일 수는 있지만, 그런 결정과 실천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추석 명절 때 장모님 댁에 들렸다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부근 커피숍에 간 적이 있었다. 커피숍에 앉아 커피와 책을 탁자에 올려놓고 무심하게 밖을 쳐다보며 혼자만의 여유를 즐겼다. 책을 읽을까?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요즘 유행하는 ‘멍 때리기’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시 주변 풍경을 본 후 책을 읽었다. 앞으로 처갓집에 갈 때마다 이 커피숍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나 역시 커피숍을 찾는 이유가 예전과는 달라졌다. 만남의 장소에서 휴식의 장소로 변했다. 잡동사니 가득한 공간에서 빈 탁자만이 놓인 한가로운 공간에 머물며 마음의 잡동사니를 비우는 장소가 되었다. 머릿속은 생각으로 가득하고, 가슴에는 이런저런 감정으로 가득하고, 몸은 불필요하게 분주하고, 이 모든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끌려다니고 있다. 명상과 알아차림,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를 자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겉으로 드러난 말에 불과하다. 실제 나의 삶과는 많은 괴리가 있다.
상황이 되면 홀로 조용히 빈 탁자가 덩그러니 놓인 커피숍에 앉아 그 순간만이라도 빈 탁자처럼 생각과 감정을 비우는 시간을 갖고 싶다. 업무 차 외출 할 때에도 약속시간보다 일찍 가서 주변 커피숍에 앉아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또 어떤 일도 나를 방해하지 못한다. 오직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런 시간들이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마침 오늘 업무 차 지방에 갈 일이 있다. 일찍 서둘러 집을 나가 나만의 한가로운 시간을 갖고 마음을 탁자처럼 비우는 시간을 갖고 싶다. 마음이 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