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현상

by 걷고

‘도미노 현상’은 패가 연이어 넘어지듯이 어떤 현상이 인접 지역으로 파급되는 일이다. 하나의 패가 넘어지면서 옆이나 앞에 있는 패를 쓰러뜨린다. 손가락 하나로 가볍게 건드리면 오랜 기간 힘들게 쌓아온 패들이 우르르 무너진다. 도미노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만다라가 생각난다. 티베트 불교에서 수행자들은 색모래로 정교하게 만다라를 만든 후, 만다라가 완성되면 모두 흩트린다. 만다라를 허무는 의식을 통해 무상의 진리를 깨닫게 하려는 티베트 불교 의식이다. 몇 달에 걸쳐 만든 만다라를 모두 쓸어 모아 무더기로 만든 다음 강에 흘려보내는 의식을 통해 집착을 내려놓는 수행을 한다.


도미노와 만다라를 같은 선상에 올려 비유하는 것이 올바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 두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 줄지어 세우거나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아주 쉽게 짧은 순간에 무너진다는 점이다. 도미노 현상이 떠오른 이유는 요즘 우리 집안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다.


장모님은 그동안 건강 관리를 잘하며 잘 지내오셨다. 그러나 낙상으로 인한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우리 집에 머물고 계신다. 당장 아내는 모든 외부 일정을 접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장모님을 24시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집에만 머물며 장모님 모시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손주들을 보살피고 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미루고, 친구들 모임에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딸네도 힘들어졌다. 아내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만큼 딸의 할 일이 많아졌고, 사위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들을 챙긴다. 나 역시 외부 모임을 취소했고, 걷기 모임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걷기 모임을 진행하지 못하니 걷기 학교 활동이 조금 위축된 느낌이 든다. 걷고 싶어 하는 회원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수원에서 사업을 하는 처남은 시간을 내어 수시로 장모님을 뵙고 가고, 안성에서 근무하는 큰 처남댁도 우리 집에 찾아온다. 손주들은 할머니가 언제 오느냐고 물어오고, 아내 친구들은 장모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장모님 지인들은 전화로 안부를 확인한다. 가족, 친구, 지인들이 함께 걱정하며 장모님의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장모님 덕분에 우리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중요한 진리를 체득할 수 있었다. 도미노 현상이다. 이 연결 고리 없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연결되어 있어서 불편함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연결된 덕분에 행복도 느낀다. 그물의 한 코를 잡아 올리면 그물이 모두 따라 올라온다. 또한 그물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물코가 성해야 한다. 그물코 하나가 망가지거나 풀어지면 그 그물은 무용지물이 된다. 삶도 이와 같다. 나의 건강과 행복이 주변 사람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장모님의 모습을 보며 삶의 무상함과 생로병사의 실존적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장모님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장모님과의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