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by 걷고

이제 친구들 만나는 모임도 많이 줄었고, 그만큼 만나는 친구들 숫자도 줄었다. 이제는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살아도 되는 시간이 왔다. 싫지만 만나야만 되는 사람을 만나고 지낸 시간도 있었고, 친구들을 불러내어 한잔 하는 즐거움을 만끽한 시간도 있었다. 이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만나는 모임과 횟수가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연이 정리되기도 한다. 굳이 못 만날 이유도 없지만, 굳이 만나야 할 이유도 없는 인연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랜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이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맙게 느껴진다.


어제 오랜만에 반가운 오랜 친구 두 명을 만나서 책을 전달해 주었다. 책 핑계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이제는 형, 동생이라는 호칭보다 그냥 ‘친구’라는 호칭이 더 편하고 좋다. 한 친구는 젊어서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끝까지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교수가 된 친구다. 후년이면 정년퇴임을 하게 되는 이 친구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고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친구다. 이 나이에 ‘의리’를 말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기도 하지만, 그 친구를 표현할 때 ‘의리’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친구다. 나는 그 친구를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부른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처절하게 살아온 친구다. 마음이 따뜻하여 주변 사람들을 두루 챙기는 모습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이 돋보인다. 처절하게 살아온 만큼 남의 아픔과 고통을 잘 이해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멋진 친구다.


다른 한 친구는 사업가다. 사업을 오랜 기간 운영해 온 친군데, 큰 사업을 15년 간 준비하며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기간과 비용을 감수하며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가고 있다. 금년에는 그 사업을 조금씩 펼칠 시기가 되었다고 하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친구에게 ‘도깨비’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일반인 상상을 뛰어넘는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현실화하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 친구에게 매우 적합한 별명이다. 나는 그의 생각을 쫓아갈 수 없다. 그 친구의 말도 따라갈 수가 없다. 종횡무진 잠시도 쉬지 않고 얘기하는 입담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친구다. 그런 점을 보며 그 친구가 사업가로서 살아갈 운명이라는 것을 가끔 느끼기도 한다. 금년에 사업을 펼쳐서 조만간에 꿈을 이루길 마음 모아 기원한다.


시간이 많은 데도 서로 시간을 맞추어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아직 모두 그나마 건강해서 다행이지, 만약 누군가가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점점 더 만나는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만나는 친구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만나는 순간이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오랜 기간 친구가 된다는 것은 삶의 부침을 지켜보고, 위로하고, 응원하며 세월을 함께 보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친구들 각자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성실함과 꾸준함을 보여주었기에 서로를 존중하고 좋은 우정을 쌓아갈 수 있었다.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기보다는 이미 친구가 된 몇몇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 만나는 것을 불편해하고, 만나서 딱히 할 얘기도 없어서 주로 듣는 편인 나로서는 그나마 몇몇 소중한 친구들과 있어서 좋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 어제 만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금년 모두 원하는 바 이루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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