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매일 혼자서라도 꾸준히 걷고 있지만, 이런 시간에는 주변 길보다는 다른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번개 공지를 올린 후 그러치유님과 렛고님이 참가 신청을 하셔서 세 명이 오붓하게 걸었습니다. 아침 날씨는 제법 쌀쌀했지만, 이제 날씨는 걷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옷을 잘 챙겨 입고 나오니 오히려 시원합니다.
렛고님이 휴식은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맞습니다. 그것도 휴식입니다. 하지만 늘 여기저기 걷는데 익숙한 저에게 집에서 쉬는 것은 집에서 일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걸으며 휴식의 의미를 나름 정의 내려봅니다.
휴식은 자신의 일상 공간과 지역을 벗어나야 합니다. 집안일을 하는 주부들은 집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휴식이 됩니다. 회사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벗어나야 휴식이 됩니다. 저 같은 백수도 늘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을 하는 장소와 그 일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휴식이 됩니다. 휴식의 첫 번째 조건을 물리적 거리 두기입니다. 자신의 일상 생활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 일이 비록 창의적이거나 생산적이거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 일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고 그 일에 빠질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휴식이 성립됩니다. 제게 휴식은 걷기입니다. 물론 많이 걸으면 피곤합니다. 하지만 걸으며 몸은 피곤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쉴 수 있습니다. 마음이 쉬면서 몸의 긴장을 이완하게 되면 몸도 저절로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해야만 하는 일 또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는 일은 몸에 긴장을 만들어줍니다. 이 긴장을 푸는 것이 몸의 휴식이고, 마음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마음의 휴식입니다. 제게 걷기는 이 두 가지를 충족시켜 주는 훌륭한 휴식입니다.
어떤 말을 해도 들어줄 수 있고, 어떤 이해관계도 없고,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친구와 차 한 잔 또는 막걸리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 이것이 휴식의 세 번째 조건입니다. 대부분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말만 떠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고, 그 얘기를 경청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요. 오늘 우리 세명은 초소 책방에 들어가 차 한잔 마시며 편안한 휴식 시간을 보냈습니다. 경복궁 역으로 내려와 막걸리 한잔 마시는 시간도 보냈습니다. 차와 막걸리 한잔 마시며 각자 자신의 얘기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즐거운 수다 시간을 보냈습니다.
건강이 있고, 다양한 길이 있고, 길벗이 있고, 걸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심리적 여유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그 축복을 누리며 참다운 휴식을 취했습니다. 함께 걸어준 길벗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 참다운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