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by 걷고

글을 꾸준히 쓰기 시작한 지 약 10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요즘 들어 글이 너무 틀에 박혀 있고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여서 많이 답답했다. 그러던 중에 예전 걷기 동호회에서 만난 길벗, 작가 라소마님이 떠올랐다. 전에도 글에 대한 자문을 구했던 적이 있었고, 그의 조언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를 찾아가 최근에 발간한 책을 선물하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라소마님은 나의 책을 무척 소중하고 고맙게 받으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글이 바뀌려면 삶 자체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매우 중요한 조언을 해 주었다. 그 다운 조언이다. 가슴에 콕 박혔다. 그렇다. 삶의 모습이 변하지 않고 글의 겉모습만 변한다면 무의미한 일이다. 그러면서 책을 한 권 추천해 주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이 책은 라소마님이 처음 작가로 입문했을 때 읽었던 책이라고 한다. 20년 전에 읽었던 책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다면 그만큼 그 책의 영향력이 컸다는 의미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이틀에 걸쳐 완독했다. 중요한 부분은 휴대전화 노트에 메모했다. 책의 끝부분에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제목으로 글을 써보라고 제안하고 있다. 작가의 질문에 반드시 답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솔직하게 그 이유를 물어볼 필요는 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생산적인 일도 아니고, 가정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닌데 왜 글을 쓸까? 아내는 가끔 돈도 되지 않는 일을 하느라 애쓰지 말고 편안하게 살라고 타박한다. 생산성도 없고 노력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것이 속상해서 하는 말이다. 이제 글쓰기는 밥 먹고 잠자는 것처럼 일과가 되었다. 밥을 먹지 않거나 잠을 자지 않으면 일상에 큰 장애가 발생하지만,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될 일은 없다. 그럼에도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애초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할 일이 없는 백수가 되자 시간이 남아돌았고, 뭔가 할 일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글을 썼다. 적어도 오전을 때울 수는 있었다. 그러다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이름도 알리고 돈도 벌고 싶었다. 돈을 벌어서 경제적인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경제적인 여유를 획득한 후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돈이 목적인 줄 알았는데, 결국은 자유로 귀결됨을 이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없어도 자유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지금 나의 능력으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일상이 되었기에 그냥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돈도 없고 사람을 만날 힘도 없었다. 사람을 만나면 돈이 들기 때문이었다. 혼자 지내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혼자 지낼 수밖에 없는 기간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싶었다. 그 방법이 바로 글쓰기였다. 글을 쓰며 울기도 했다. 글을 통해 세상에 대한 원망을 풀어내기도 했고, 희망을 품기도 했다. 초기에 쓴 글은 지난 삶에 대한 불평과 회한, 반성이 담겨있거나, 희망을 꿈꾸며 탈출구를 찾으려 애쓰는 글이 대부분이다. 결국, 글쓰기는 나의 힘든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찾는 방편이었다. 글의 내용도 과거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왔고, 부정적이고 반복적인 삶의 태도에서 긍정적이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태도로 변화되었다. 불편했던 과거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직시하고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수단이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마음의 뜰을 청소하는 방법이다. 마음은 늘 변한다. 때로는 정갈하기도 하고, 정신없이 분주하기도 하고, 지저분한 쓰레기로 가득 찰 때도 있다. 뜰에 올라오는 잡초의 생명력은 매우 강하다. 잡초를 뽑은 후 앞으로 이동하면 바로 뒤에서 다시 올라온다. 마음은 잡초와 같다. 매일 마음의 뜰을 청소하지 않으면 그 뜰은 잡초와 쓰레기로 가득하다. 내 마음의 뜰이 정갈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고, 심지어는 스스로 자신을 쓰레기 대하듯 한다. 남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바꿀 수 없어도, 나 스스로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변화시킬 수 있다. 적어도 나 스스로 나를 우습게 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글쓰기는 빗자루가 되어 마음의 뜰을 정갈하게 청소하며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SNS에 글을 올리며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한다. 도움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좋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심리적 보상감도 글을 쓰는 이유가 된다. 또한 손주들이 삶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의 글이 삶의 방향을 찾아갈 나침반이 되면 좋겠다. 오랜 세월 삶 속에서 경험하고 체득한 지혜가 손주들의 길을 밝혀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글에 담는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방편으로 글을 쓰고 있음을,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굳이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자유’다. 과거로부터의 자유, 삶의 무게로부터의 자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의 자유, 경제적 불편으로부터의 자유, 외로움으로부터의 자유, 인간관계로부터의 자유, 자신의 역할로부터의 자유 등등. 자유로운 삶!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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