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이 서울 둘레길 12코스인 관악산, 호암산을 걷기 위해 모였습니다. 렛고님이 새로 구입한 배낭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글자님은 색상이 멋지고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합니다. 그런 표현이 참 예쁩니다. 저는 그런 말을 할 줄 몰라 그냥 “잘 어울리네요.”라고 짧게 말을 합니다.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렛고님은 배낭을 구입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검색을 하며 정보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배낭을 발견해서 당일 구매 후 바로 메고 나왔습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 즐겁게 웃습니다. 참 소박한 우리들입니다.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서 행복하고, 그 물건을 계속 이용하면서 행복을 키워갑니다. 작은 물건 하나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특히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들에게 걷기에 필요한 물품 구입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구매 충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충동은 홈쇼핑 충동과는 매우 다릅니다. 직접 물건을 확인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담도 듣고, 자신에게 맞는지를 꼼꼼히 검토한 후 구매할까 고민하게 되고, 필요시 구입하게 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경험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고 나서 구입하게 되면 그 만족감은 매우 큽니다.
배낭 하나에 행복감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잠시 트럼프라는 사람을 생각해 봅니다. 다른 나라의 수장을 체포하고, 다른 나라를 침공하면서 행복을 느낄까요? 그에게 행복은 어떤 것일까요?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그는 과연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까요? 궁금해집니다. 어떤 것도 그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만 되는 매우 불쌍한 사람입니다. 불교의 윤회를 말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겠지만, 윤회는 내생에 다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만이 윤회가 아닙니다. 남을 때린 사람은 자신이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바로 업보이고 그 불안감이 윤회를 만듭니다. 이는 불교라는 종교를 떠나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 불쌍한 인간을 생각하니 평생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반복적으로 밀어 올리는 불쌍한 시시포스가 떠오릅니다.
무거운 생각을 떨쳐버리며 호흡에 집중하며 걷습니다. 요즘 ‘마음챙김 걷기’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스트레칭도 하지 않고, 마음챙김 걷기도 하지 않는 ‘마음챙김 걷기’입니다. 참가 인원이 적은데 침묵을 동반한 마음챙김 걷기를 하자고 하기가 조금 민망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끔 30분 정도 침묵 걷기는 하고 있습니다. 마음챙김 걷기에 대해서는 반복해서 얘기를 했기에 더 이상 안내를 하는 것이 잔소리가 될 거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신 침묵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 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 명이 조용히 한적한 산길을 걸으며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을 거 같아서입니다. 그래도 돌이켜보니 30분 정도의 침묵 걷기는 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둘레길 안내판 위에 바람개비가 달려있고, 바람을 맞은 바람개비는 힘차게 돌아갑니다. 갑자기 우리는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바람을 맞고 달리며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웃고 즐겁게 떠들었던 모습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미소를 짓습니다. 사소한 바람개비가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오늘 본 바람개비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렛고님의 배낭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배낭 구입 기념으로 맛있는 식사를 사주었으니 말입니다. 약간 매운 코다리찜과 막걸리 한잔을 마시며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걸어서 행복했고, 길벗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행복했고, 맛난 음식을 먹고 마시며 행복했습니다. 소박한 인생의 소박한 행복이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입니다. 노래 가사가 떠오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