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트롯

by 걷고

‘목요일은 미스 트롯 ’14.4%’ 시청률 동 시간대 1위, 지상파, 종합 편성 채널을 통틀어 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모 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뉴스와 영화, 그리고 한 두 편의 방송 외에는 다른 TV 프로그램을 별로 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미스 트롯’을 우연히 시청하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이 프로그램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가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기도 했지만, 이 프로그램만큼 그렇게 시간을 기다리며 시청한 프로그램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왜 ‘미스 트롯’에 그렇게 관심을 쏟게 되었을까?


참가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가장 먼저 마음을 사로잡았다. 100명의 엄선된 참가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을 통해 지난주에 준결승전을 치르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5명이 선발되었다. 그들이 그런 경쟁의 과정을 통해서 보여준 간절함과 절실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이런 기록적인 시청률을 달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잘 하는 것은 기본이고, 참가하게 된 절절한 이유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묻어나는 모습에 반했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도전 정신이 무대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그들과 같은 마음을 느끼며 응원하게 되고, 동시에 나의 마음속에 잠재하고 있던 열정에 불을 붙이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현역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빛을 발하지 못한 아쉬움, 엄마의 고된 일상을 달래주기 위해 부르기 시작한 노래, 노래가 하고 싶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남모를 고통을 겪었을 주부 참가자, 개그우먼에서 가수로 변신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참가자, 이미 국악으로 국내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트로트 가수가 되기 위해 참가한 국악인. 각자 참가 동기는 다르지만 그들이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하고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보며 일종의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노래에 별 관심이 없던 나 자신이 이렇게 노래에 빠지게 되고, 노래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하나의 축복이다. 또한 자신의 꿈을 향해 끝이 보이지 않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꿈을 향해 투신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레전드’들의 평가 모습을 보며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후배 예비 가수들의 출현을 축하하며 그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격려를 해주는 멋진 선배의 멋진 모습을 보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 중 하나이다. 후배들을 보며 자랑스러워하고, 후배들이 꾸민 무대를 보며 트로트의 변화 가능성을 읽어내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분들은 참다운 ‘레전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며 그 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변화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며 ‘레전드’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분들 역시 앞으로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으로 자신들의 무대를 더욱 멋지고 풍성하게 만들어 낼 것이다.


판정단의 전문성을 느낄 수 있는 평가 시간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 중 하나이다. 참가자들의 사소한 실수하나 놓치지 않고, 그 실수를 극복할 수 있는 방편을 제시해 주는 모습을 보며 참다운 멘토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 자신들이 몰랐던 노래하는 방식이나 창법, 마음가짐, 감정과 감성 등을 족집게로 집어내듯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해주는 것을 보며 ‘전문가’가 ‘전문가’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적의 이면에는 상대방의 성장을 위한 방편이 제공되어야만 한다. 그런 전문가로 오늘의 자리에 서기 위해서 남들이 모르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노력과 과정을 겪어냈을 것이다. 오랜 기간 한 길을 가며 인고의 과정을 겪어냈기에 지금의 ‘전문가’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참가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배려는 어쩌면 그분들이 지난 여정에서 가장 받고 싶고, 듣고 싶었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자신의 한을 승화시켜서 후배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신중하게 평가와 처방을 내리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분들은 정말 멋진 멘토들이다.


레전드와 판정단들이 말씀해 주시는 one-point lesson 은 참가자분들에게 피 한 방울과 살점 한 점과 같은 귀한 가르침이다. 목마르고 굶주리고 뼈만 앙상한 참가자들은 그 피와 살점을 단 1%도 버리지 않고, 너무나 소중하게 받아먹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서 다시 대중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짧은 시간에 자신의 틀을 깨고 변화를 이루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복을 거듭한 노력으로 그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만큼 그들은 간절하고 절실해하고 있고, 이런 점들이 그들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고 있다. 심지어 레전드나 판정단 분들도 그분들이 그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낸 변화에 놀라워하고 있다.


줄탁동시 (啐啄同時)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닭이 알을 깨고 나오려 할 때,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하여지므로 ‘줄탁동시’라고 하며, 사제지간에 가르침과 배움이 무르익을 때 쓰는 표현이다. ‘미스 트롯’을 보며 이 한자성어 ‘줄탁동시’가 떠올랐다. 바로 그런 멋진 상황을 지켜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사제지간(師弟之間)의 아름다운 조화, 참가자들의 꿈을 향한 도전 정신, 그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레전드와 판정단의 아름다운 평가와 대안 제시, 따뜻한 격려 한 마디 등이 이 프로그램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모든 참가자분들의 꿈을 향한 도전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후배 예비 가수들의 성장을 위한 따뜻한 배려와 격려를 보내 주시는 레전드와 판정단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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