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명예

by 걷고

‘권위’의 사전적 의미는‘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으로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이다. ‘명예’의 의미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이다. 남을 통솔하고 따르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얻어야 한다. ‘권위’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들의 리더로 인정하니 잘 이끌어 달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 면을 고려할 때, ‘권위’는결코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다. 솔선수범과 노력과 인내로 남들에게 신뢰를 얻게 되면, 남들이 ‘권위’를 만들어준다. 반면 ‘명예’는자신에 대한 존엄이나 품위를 지키는 것으로 스스로 만들어야만 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내며 만들어진다. 또한 만들어진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하여야 만한다. 결국 권위는 남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고, 명에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 모 군부대에 방문하여 ‘산티아고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가톨릭 신자인 사령관 (육군 소장) 은 예편 후 산티아고를 가려고 동료와 함께 적금을 들고 있다고 한다. 책임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부부가 함께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인생이모작을 준비하시겠다고 하니 반갑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산티아고 순례를 통해 인생이모작을 확인한 과정을 거쳤으니 반가웠고, 자신의 소명을 알아가고, 확인하며, 살아가시겠다는 모습을 보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령관의 인상은 흔히 생각하는 장군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였다. 강인한 인상의 군인이 아닌 학자다운 느낌을 받았다.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에 말투도 조용하고 차분했으며, 체구도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얼굴에 나타난 보이지 않는 근엄함과 눈매의 날카로움에서 문무를 갖춘 장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강의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몇몇 부대원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평상시에 인문학과 예술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사령관은 인문학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서 부대원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뮤지컬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주기도 하고, 템플스테이를 같이 하며 부대원들의 마음건강에 대한 배려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부사관이나 장교들에게 제대 후의 삶에 대한 인생이모작 준비를 하라는 당부를 하기도 한다고 하였다. 사령관 바로 옆에서 함께 식사를 하셨던 원사는 사령관 덕분에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을 하기도 하였다. 사령관도 박사 과정에서 공부를 하며 예편 후의 삶에 대한 준비를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령관을 만나고 ‘권위’와‘명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권위를 스스로 만들거나 강요하고, 명예를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 주기를 원한다. 원래의 의미와는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다. 남들에게 자신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하며, 그런 강요된 복종을 자신의 권위로 착각하며 살고 있다. 정작 자신은 무원칙과 무질서한 삶을 살고 자신의 상사를 존중하지 않기도 한다. 또한 남들에게 자신을 명예로운 사람으로 인식하라고 강요한다. 타인의 명예를 존중하지도 않고 오히려 폄하하며, 타인에 대한 비난과 비평이 자신의 명예를 드높인다는 망상을 피기도 한다. 요즘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이 그런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대에서 만난 사령관은 ‘권위’를인정 받을 수 있는 포용력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장군이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소명을 찾아 ‘명에’를 지켜나가는 명예로운 군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령관을 모시고 함께 생활하는 장병들은 저절로 ‘권위’와 ‘명예’를 지켜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격언이 있다. 사령관이 권위와 명예를 지키고 살아가고 있으니, 부하 장병들은 스스로 그런 삶을 체득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맨 오브 아너 (Manof Honor)’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미국 해군 다이버의 실제적인 삶을 다룬 영화이다. 그 다이버는 사고로 다리를 잃었지만, 의족을 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소명인 다이버로서 복무하고, 그 이후에는 교관으로서 명예로운 삶을 사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 그 영화의 주인공과 부대에서 만난 사령관의 모습이 오버랩이 된다. 물론 부사관과 장군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두 분 모두 내게는 ‘Men of Honor’이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앞에서 인사를 나누는데, 사령관이 부대를 상징하는 코인과 부대 창설을 기념하는 머그 컵을 선물해 주셨다. 코인을 설명하는 목소리와 모습에서 부대 사령관의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인사 후 헤어져서 부대원의 차에 탑승하고 출발하려는데, 사령관이 다시 내게 다가와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차가 출발할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전송을 해 주셨다. 그런 모습에서 속 깊은 배려와 겸손이 몸에 밴 ‘참된 인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멋진 장군과 만남의 향기는 며칠간 내 주변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 향기가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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