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증과 깨어있기

by 걷고

며칠 전의 일이다. 헤드헌팅 업무를 수행하여 한 후보자를 A라는 회사에 취직시킨 후에 수수료를 받을 날짜가 다가와서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경리 담당자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입금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담당자의 말에 신뢰감이 들지 않았고 갑자기 조급증이 생겨났다. A사에 나를 헤드헌터로 추천해 준 지인에게 전화로 전후 사정을 말씀드렸고, 내일이 입금 예정일이니 만약 입금이 되지 않으면 A사의 임원에게 상황 파악을 위한 전화를 부탁 드려 놓았다. 담당자와 통화한 그날 저녁에 바로 입금이 되었다. 순간 허탈했다. 몇 시간만 더 진득하니 기다렸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괜한 조급증으로 인해 주위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인 일로 SNS나 전화 연락 시 답이 늦거나 오지 않으면 괜히 신경이 쓰였던 적이 있었다.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으며, 혼자 머릿속으로 소설을 써 내려가며 불편한 감정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조금 늦기는 했지만 연락이 왔었고, 그분들 나름대로 바로 연락을 취하지 못했던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경우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상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던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 연락이 없으면 기다리거나, 하루 이틀 지난 후에 다시 연락을 먼저 취하면 되는 일이었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또 어떤 연락은 상대방이 굳이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도 했다. 여러 번 반복된 과정을 통해서 지금은 이런 일로 인해 불편하게 느끼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조급증을 참기 어려운 일이 있다. 바로 업무와 관련된 일이다. 오랜 기간 사업을 하며 생긴 조급증인 것 같다. 내 경험에 의하면, 고객사에 근무하는 분들의 불편한 태도 중 하나는 요구 사항은 급히 연락을 하고, 내가 필요시 연락을 하게 되면 답변이 늦거나 하지 않는 태도이다. 이런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지금도 업무 관련하여 연락을 취했을 때, 고객사의 담당자가 연락이 늦거나 답변이 오지 않으면 과거의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더해지면서 불편한 마음이 더 강하게 올라온다.

며칠 전 상황도 그렇다. 그냥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일이었는데,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담당자의 말에 신뢰가 없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상황을 가지고 스스로 조급증을 내었고, 그 조급증을 혼자 견디지 못해 추천해 준 지인에게 전달하여 그분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 참 허탈한 일이다. 불편한 상황을 참고 견디는 힘이 생성된 것 같고 어느 면에서는 많이 편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아직도 멀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대부분 외적 상황과 내적 기대와의 괴리감에서 오는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괴리감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좀 더 자신을 단련시키거나, 불평불만을 떠들고 다니며 마음속에 화를 안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화를 일으키거나, 또는 아예 사회와 격리되어 혼자 쓸쓸히 고립된 채 살아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 괴리감을 극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 2 막을 살기 위해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면에 정리되지 않은 무의식 세계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일한 어리석은 언행을 하고, 후회를 하고, 다시 일어서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과거를 벗겨내고 벗겨내서 자기 심리에 대한 수천 장의 보고서를 낼 필요 없이, 지금 여기에 잘 깨어있으면 어떤 무의식적 문제도 넘어설 수 있다. 잘 깨어서 현존하면 부정적으로 흐르던 감정이나 사고를 뚜렷하게 볼 수 있고, 보는 순간 그것들은 힘을 잃어버린다.(에크하르트 톨레)

톨레의 말은 지금 나의 상황에 적합한 말이다. 이번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맑게 깨어서 현존하였다면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은 앞으로 스스로 노력하고 단련해야 할 삶의 방식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가르쳐 준 좋은 기회이다. 굳이 무의식의 세계나 과거를 들춰내고 꺼내어 지금의 상황과 엮는 것보다는 지금-여기에 깨어있으면서 매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행복한 삶의 방식이다. 또한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느낄 때, 지금-여기에 깨어서 매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행복한 삶의 방식이다. 이번 상황의 가르침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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