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나들이, 걷고 또 걷고 (2)

by 걷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 센터의 최인철 교수의 행복에 관한 강의를 TV를 통해 시정한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 못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기억나는 내용이 있다. 여행이 행복에 아주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좋은 사람과 같이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낯선 타지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여행의 설렘도 있고,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일상의 탈출을 할 수 있는 것 등,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포함한 것이 여행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사람을 만나고, 추억을 만들고, 다양한 체험을 하고, 먹고 마시고 대화하고, 이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일들을 겪으며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그런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과 성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여행은 결국 우리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멋진 삶의 현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걷기 마당에서 나들이님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1,400KM에 달하는 남파랑길. 그 긴 여정이 이제 첫 발을 내디뎠다. 시작은 했지만,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 누군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시험에 불합격은 없다, 다만 포기만 있을 뿐이다. 합격할 때까지 계속 시도하면 언젠가는 합격된다는 말이다. 이런 말은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모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중도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이번 길에서 길동무들의 넉넉한 인심을 볼 수 있었다. 구운 계란을 나눠 주시는 분, 아이스 머플러는 나눠주시는 분, 찐빵을 사서 나눠 먹고, 각자 준비한 넉넉한 간식도 나누고, 커피와 음료를 서로 나누는 마음. 요즘 세상에서 보기 힘든 넉넉한 인심이다. 길을 좋아하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나누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의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었고, 닫혔던 마음을 열어주었다. 어떤 분은 기부를 하시며 맛난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마음을 내기도 하였다.


길동무들의 끊임없는 수다는 이번 길의 편안함을 뜻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어쩌면 힘든 시간을 수다로 승화하였는지도 모른다. 잠시도 끊이지 않는 수다, 웃음, 활기, 열정은 서로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달해주어 힘든 시간을 잊게 해 주었다. 이틀간 12시간 이상을 걸으며, 약 40KM 이상을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분위기 때문에 즐겁게 걸을 수 있었고, 어느 누구 한 명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일상 속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 면책특권이 주어진 환경을 어느 누구 한 명도 마다하지 않고 그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그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음식을 먹으며 즐길 수 있는 것도 걷는 자의 특권이다. 참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 회, 냉채족발, 씨앗 호떡, 군 밤, 군 은행, 팥빙수, 크로와상, 시락국밥, 선지국밥, 선지국수, 맥주, 어묵, 회덮밥, 물회, 초량 냉면, 만두, 그 외의 간식. 각 음식마다 추억이 담겨있다. 아마 여기에 기록하지 않은 음식물도 있을 것이다. 음식에 대한 설명이나 맛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음식에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음식 이름을 적은 것 자체가 큰 변화이다. 별로 음식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음식 종류를 나열했으니. 길을 걷는데 한 분이 꽃에 대해 많이 알고 계셨다. 아름다운 꽃 모두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부르지 않으면 미안할 것 같아서 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 이름을 부르면 친근감이 들듯이. 음식에 대해서, 길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온 것 같다. 무관심이 불러온 결과이다. 음식 이름을 나열했으니 어쩌면 작은 변화가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관심 갖는 만큼 알게 될 것이다. 그런 관심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조직력과 친화력, 덕장의 리더십이 U-20 월드컵 준우승을 만들어냈다. 나들이님의 리더십, 안개님의 꼼꼼한 총무, 초가을님의 치밀한 숙소 예약 등 각자 맡은 바를 조용히 수행해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식당에 들어가면 수저를 놓는 분, 반찬을 가져오시는 분, 물을 나르는 분, 주문을 받는 분, 디저트로 커피를 가져오시는 분 등 각자 할 일을 누군가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하며 서로에 대한 배려를 한다. 택시가 필요할 경우에는 굳이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각자 휴대전화로 택시를 부른다. 이런 배려와 상호 존중의 보이지 않는 힘이 힘든 길을 걷는데 큰 힘을 준다.


길의 이름을 모르고 걸었다는 것이 길을 이끌어 주시는 나들이님과 길 자체에게 미안했다. 앞으로 길 이름도 관심을 갖고 기억하려 노력할 것이다. 달동네 같은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고, 달동네 뒷산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해변가를 걷기도 했고, 산과 바다의 절경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길을 걸었다. 아마 이런 길은 우리만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흰여울 해안길을 걸으며 달동네와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볼 수도 있었다. 다대포항과 물운대, 화순대, 해변, 을숙도 해변공원을 행복하게 걷기도 하였다. 특히나 물운대와 화순대의 울창한 숲길을 걸었던 추억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만들어 낸 나들이님 소유의 지적재산권인 BMW카, Bus, Metro, Walking, 카카오 택시. 이런 다양한 교통수단은 이번 걷기 여행의 다양성과 역동적인 움직임, 복잡성과 조직력을 말해준다. 다양한 교통수단을 너무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활용하면서 끈끈한 동지애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었다.


가까운 사람끼리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후기를 쓰며 자신을 돌아본다. 혹시나 나 자신의 방법을 길 등무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언행으로 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의도와 상관없이 길동무들께서 불편하시지는 않았는지. 혹시나 그런 느낌을 받으신 분들이 있으며 이 자리를 빌 어이해와 용서를 구한다. 언제든지 조언과 고언을 말씀해 주시면 겸손한 마음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여행은 단순한 즐거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서 성장과 성숙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최인철 교수의 강의에 의하면, 한 사람의 좋은 친구를 얻게 되면 행복할 가능성이 15% 증가한다고 한다. 12명의 좋은 길동무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았으니 180% 행복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 이 미 그만큼 또는 그 이상 행복을 느꼈다. 길동무들로 인해 행복을 느꼈으니 나 역시 다른 분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유일한 길은 이런 걷기를 통해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것이다. 그런 발전을 통해 다른 길동무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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