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vs 사실 vs 거짓 (약한 스포일러 포함)
브런치 무비 패스로 영화 ‘롱 샷’ 시사회에 다녀왔다. 아주 유쾌한 코미디 영화로 관람하는 내내 정신없이 웃을 수 있었고, 통쾌한 몇몇 장면에서는 기립해서 크게 웃으며 박수를 신나게 치고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없어서 일어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오랜만에 아주 유쾌, 통쾌, 상쾌한 영화를 관람했다.
‘롱 샷’이 무슨 의미인가 하고 사전을 찾아보았다. 영상 촬영의 전문 용어로 클로즈 업 하며 찍는 것이 아니고, 약 3M 정도 거리에서 촬영하는 영상 기법이라고 나와있다. 근데 이 의미로는 뭔가 개운치 않다. 영화와 연결성이 없어 보인다. 다른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더니 ‘모험을 건, 승산 없는 시도’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화의 큰 그림은 두 주인공이 보여 준 ‘승산 없는 도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승산 없는 도전’은 결국’ ‘예상 못한 승리’로 이어 진다. 그 도전은 ‘진실’만큼 강한 ‘승리 요인’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은 한 나라의 명운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더 이상의 명예와 권력을 추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지만, 돈에 대한 욕심으로 자신의 명예를 버리고 언론 황제와 손을 잡고 이권 개입에 뛰어든다. 또한 TV 드라마에 연기자로 등장하여 자신의 연기와 실제 대통령 직책 수행을 혼동하며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 채 자신이 만든 세상 속에서 기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권력과 손을 잡은 언론 황제는 대통령을 이용하여 자신의 실익을 채우기 위해 정치인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기도 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선 여주인공은 ‘지구를 구하자’라는 명분으로 중요한 공약을 내세우지만, 당선을 위해서 그중 한 두 가지를 포기할 상황에 처하며 고민을 하고, 결국 포기를 한다. 대외적으로 내세운 공약과 실제 행동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지구를 구하자’는 공약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선 캠프에서 활약하는 핵심 참모는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어떤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고, 당선만을 위한 온갖 수단을 사용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가끔은 참모가 대선 후보자에게 명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의견을 강요해서 누가 대선 후보자인지 구별이 안되기도 한다. 그 참모에게 대통령은 어쩌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수도 있다. King-Maker라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흔한 착각이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의 후보자가 당선이 되면 대통령 머리꼭지에서 수럼청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터부시 하는 성적 느낌에 대한 약간 혐오스럽고 발칙한 표현은 사회적인 틀을 깨는 듯한 통쾌함을 주기도 한다. 동시에 그런 자연스러운 인간의 성적 행위를 문제시하고 협박의 도구로 악용하는 모습을 보며 언론과 모든 SNS의 무서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랑은 위대하다. 자신의 혐오스러운 사랑 표현을 과감히 인정하며 사랑을 찾아 대선 후보로서 위험을 감수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 들 정도로 시원하고 통쾌했다. 바로 ‘롱 샷’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큰 웃음을 주었다. 하지만 관람 후 하루 이틀 지나면서 웃음 뒤에 숨겨진 세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 시선을 읽을 수 있었다. ‘진실 vs 사실 vs 거짓’의 차이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다가온다. 예를 들면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A가 얘기했고, 그 내용이 기사화되었다. 이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다. 만약 그 말이‘진실’이라면, ‘사실’과 ‘진실’은 하나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없는 말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거나,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면, ‘사실’은 ‘진실’이 아니고 ‘거짓’이 된다. 대중은 신문에 나온 기사를 믿으며 그 ‘사실’은 대중의 마음속에 ‘진실’이 된다. 이세 가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이지만, 그 이면에서 셋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이 세 가지를 구별하고, 그 구별을 기본으로 하여 판단을 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가짜 뉴스’도 판을 치고 있다. 심지어 ‘가짜 뉴스’가 진짜인지 구별하는 것이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이제 가짜와 진짜의 차이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애매해지고 있다. 그것을 보는 일반 대중은 점점 더 판단하기가 어렵게 되고, ‘진실’과‘사실’과 ‘거짓’의 진실이 밝혀지면 경우에 따라서는 허탈해지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점점 더 세상과 언론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진다.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믿고 판단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롱 샷’은 겉으로 보기에는 사랑을 위해 승산 없는 도전을 하는 코믹 영화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다양한 이기적인 모습과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진실 vs 사실 vs 거짓’에 대한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을 갖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 판단과 행동이 바로 세상을 바로 살기 위한 ‘승산 없는 도전, 롱샷’이다. 비록 승산이 없더라도 우리는 진실을 향한 ‘승산 없는 모험을 건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