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은퇴/퇴직 후 인생 2막의 재구성 "수고하셨습니다"

by 걷고

https://www.youtube.com/watch?v=7i_anDadZW8&t=4s


은퇴 후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정년퇴직하신 분도 있고, 희망퇴직이나 갑작스러운 퇴직 통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 생활하시는 분들은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퇴직 후 많은 방황과 갈등을 하게된다. 나 역시 사회생활을 정리 후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였고, 9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겨우 나의 길에 입문한 느낌이 든다. 주변 지인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하면서, 인생 2막의 준비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정리하여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자신의 경험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은퇴/퇴직 후 인생 2막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총 10편으로 구성된 유튜브를 준비하였다. 어제 그 첫 편인 ‘수고하셨습니다’을 업로드하였다. 영상을 보신 분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앞으로 조금씩 보완을 하여 준비한 내용을 많은 분들이 보고 자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란다.


유튜브 ‘이야기보따리’ TV에서 퇴직자들의 인생 2막 준비하는 분들을 인터뷰한 자료에 의하면 퇴직 후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들이 있다. 존재의 상실감, 조직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많이 느낀다. 사회적으로 철수된 느낌을 받으며 소외감도 들고 좌절감으로 인한 무기력도 느낀다. 일상생활 환경의 변화로 심신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고 가족 간의 갈등도 발생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막막함과 참담함, 불안감 등으로 우울을 느끼기도 한다.


퇴직 후 2-3년 정도 지나면 과거의 자신을 내려놓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서서히 시작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적응을 하게 된다.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기도 하고, 자신의 경력과 전문지식을 활용한 일을 찾기도 하고, 봉사활동이나 종교생활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가기도 한다. 또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SNS 활동을 하기도 하고, 대화를 하며 가족 간의 갈등을 풀어나가기도 한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를 빨리 인정하고, 가족과 상의를 하며 가족의 사랑과 지지를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것이다.


퇴직 후의 경제적 상황, 신체적 상황, 심리적 상황 등은 사람마다 다르다.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해있기에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 당장 생활이 힘든 분들은 취업을 해야 할 것이고,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은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자아실현을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무엇을 하든 각자의 상황에 맞춰 자신이 선택해야만 한다. 결국 인생 2막의 삶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한강변을 걷다 계단을 받치고 있는 철로 만든 조형물을 보았다. 그 조형물이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게 되었다. 평생 양 어깨에 무거운 짐을 살아온 우리들의 모습이다. 사진을 찍으며 ‘계단을 굳이 떠받치고 있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계단은 무너지지 않는다. 아마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불안감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 2막 역시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지니고 있는 불안감으로 인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행복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대안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인생 후반부를 중요시하며 ‘개성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내가 이해하는 ‘개성화’의 의미는 ‘나다운 삶’이다. 인생 1막이 가족, 재산, 사회적 지위를 위한 삶이라면, 인생 2막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왜 태어났으며, 무엇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행복을 느끼는지 모르고 살아왔다. 인생 2막 준비는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사업을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선배가 이런 질문을 했다.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이루었을 때, 너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 질문이 내가 찾고 있는 답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의미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막막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기에, 막막함은 당연한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이룬 뒤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고, 내 존재의 의미가 될 것이다.


긍정심리학에서는 행복의 조건을 주관적 만족감, 몰입, 그리고 가치와 의미라고 한다. 어떤 일을 하든 우리 자신이 만족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면, 지금부터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결국 그 삶이 가족의 행복과도 연결될 것이다. 우리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해야 그 만족감을 가족과 주위에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몰입’이란 어떤 일을 할 때 모든 것을 잊고 그 일에 빠져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몰입’은 ‘주관적 만족감’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그 일이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에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이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주관적 만족감 역시 더욱 충족이 될 것이다.


퇴직 후 갑자기 “네가 원하는 삶을 찾아라”라고 얘기한다면 모두 막막하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지난 30년 이상을 가족을 위해서, 자신이 원하는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얻기 위해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자신만을 위한 삶을 찾으라는 것은 너무나 무리한 요구이다. 긍정심리학에서 얘기한 행복의 세 가지 조건, 주관적 만족감, 몰입, 그리고 가치와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조금은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을 것이다.


저녁에 한강변을 자주 걷는 편이다. 유유자적하게 한강변을 걸으며 지나 온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주어진 상황을 살펴보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비록 퇴직 후 마음이 불안하고 힘이 들어도 30, 40년 동안 고생을 하였으니 조금 휴식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간 참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신의 휴식을 취하며 그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일을 찾는 것부터 인생 2막을 시작하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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