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의 재구성 (제2편)

은퇴/퇴직 후 인생 2막의 재구성 "나의 이야기"

by 걷고


https://youtu.be/HHjroYxSjXE


약 10년 전 사회생활을 정리 후 인생 2막 준비를 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 8년, 개인 사업 18년, 그리고 프리랜서 생활 8년 정도를 하며 자연스럽게 인생 2막 준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난 세월을 생각해보면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살아온 것 같기는 한데, 어리석은 판단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살아온 것 같다. 사업을 정리하고 나니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직생활을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할 때에는 나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기존의 조직에서 조금 벗어나니 자신의 능력과 기능이 너무나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나이가 50대 초반, 앞으로 남은 세월이 최소한 25년 이상은 남아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로 인해 심한 좌절감과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심리상담과 만나게 되었고,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2년에 대학원에 입학하여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그 당시 내 화두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였다. 그 일을 찾는 세 가지 기준을 정했다. 성격 상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보다는 홀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적성에 맞고 혼자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 남을 도우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그리고 약간의 경제적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 우연히 만난 상담심리는 그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기에 아주 적합한 일이었다.


길은 찾았지만, 상담심리사가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시험은 세 번 만에 합격을 하였고, 여성가족부 청소년 상담사 자격은 두 번 만에 합격을 하였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느라 공부 자체도 힘들었고, 어린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도 쉽지 않았고, 상담 수련 과정도 견디기 어려운 적도 많았다. 또한 수입이 없기에 아내에게 많이 미안했으며,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 사람들과 만나기 불편해서 홀로 지내며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어려운 과정은 내게 다른 도전으로 다가왔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심신이 많이 지쳐있어서 뭔가 운동이 필요했다. 우연히 찾은 걷기 동호회에 나가 걷기 시작하며 심신의 건강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꾸준히 수행해왔던 명상도 심신이 회복되는데 도움이 되며 마음 근육을 키우는 역할을 해 주었다.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또 정리하며 머리를 단순화하기 위해 글쓰기를 열심히 했다. 서서히 회복되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지금의 상황이 쉽게 호전될 가능성이 없으니 오늘 하루 충실하게 보내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이 모여 내일을 만든다는 아주 기본적인 철칙을 체험을 통해 배운 것이다.


9년이 흘렀다. 지금의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불교상담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상담심라사 자격증을 취득하였으며, 지금 세 곳의 상담센터에서 상담심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심신치유센터 ‘숨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명상, 걷기, 상담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고, 심신 힐링 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를 마친 2017년에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길, 산티아고’라는 책을 발간하였고, 그다음 해에는 “나다움을 희망하며”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9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길이 없기에 버티며 지내왔다. 쉽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지금의 나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으며, 평생 할 일을 찾았다는 평온함도 있고, 마음속 여유도 생겨서 늘 편안하다. 심신의 건강도 좋은 편이고, 일상 속 명상을 수행하며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돌이켜보니 힘든 과정은 내게 하나의 선물이었다. 그런 과정은 마음속 모서리를 쳐내고 둥글게 만들어 주었고, 타인에 대한 이해심을 좀 더 넓게 만들어 주었으며, 가족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 인생 2막을 준비하시는 분들께서 막막하고 불안하고 힘들 수도 있다. 빨리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자신이 평생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훨씬 더 앞으로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서두르거나 천천히 가거나, 지나 보면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인생 2막은 자신이 좋아하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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