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vs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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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말이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그 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건강의 정의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 (well-being)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내렸다. 건강이 단순히 신체적 건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건강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대변해주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질병으로부터 예전보다는 더 자유로워졌고 다양한 치료법의 발전으로 신체 건강을 위한 환경은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면 단순한 육체의 건강만으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한 건강에 대한 개념도 변화되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건강이라고 하며 건강에 대한 수동적이 태도를 지녔다면, 현재는 건강해지려는 노력, 생활습관의 변화, 운동, 영양 섭취 등을 통해서 건강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 (Sound body, sound mind)”라는 말이 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동시에 마음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는 의미도 된다. 또한 몸과 마음이 건강하려면 사회적으로도 안정이 되어야 심리적인 안정과 신체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결국, 신체, 정신, 사회적 환경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세 가지 요소가 건전한 조화를 이룬 것을 온전한 건강이라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사람을 만나도 어떤 일을 했고, 사회적으로 얼마나 성공을 이루었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지금 얼마나 건강하고 잘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은퇴나 퇴직 후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고 싶은지 또 그 길을 찾았는지 관심을 갖게 된다. 과거에 얽매여 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연민의 마음이 올라오기도 한다. 중장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그 외에 하고 싶은 일, 일거리나 놀 거리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건강을 얘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스트레스이다. 건강의 반대 개념이 스트레스라고 이해될 정도로 대부분 질병의 원인이 스트레스라고도 한다. 과연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해로운 것인가? 스트레스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한스 셀리에(Hans Seyle)는 스트레스의 정의를 '스트레스는 자신의 생존과 안녕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기제로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것이다.'라고 내렸다. 스트레스는 인간의 생존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낸 기제라는 것이다. 셀리에는 또한 "적당한 스트레스가 없으면 인간은 멸망하며, 어떤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완전히 제거하면 그 사람은 무능해진다."라고 했다. 스트레스가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생존을 위한 자기 보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자체가 반드시 부정적인 상황으로 인해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예를 들면 진급에 누락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승진이 되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혼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결혼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 삶 속에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은 없으며, 스트레스가 없다면 삶의 동력이 떨어져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리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스트레스 관리의 실체는 자기 관리이며, 자기 관리에서의 핵심 요인은 내적 태도와 반응 양식을 적응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통합 치유, 신경희 외) 이 말의 요점은 바로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서도 대처방식이 다르다. 퇴직을 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심리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동일한 대처방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퇴직을 인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좌절감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결국 그 선택의 각자의 몫이다.
뇌과학자인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 Taylor)는 "감정의 수명은 1분 30초이다. 그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감정이 계속 살아있게 하려면 생각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스트레스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그 반응은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학자의 연구 결과대로 어떤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더 이상 생각을 진행시키지 않는다면, 그 상황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은 90초 후에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우리는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자꾸 곱씹고, 예전의 상황도 끌어들이고, 쓸데없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상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받았고, 그 스트레스가 자신을 힘들게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상황이나 환경이 아니고, 자기 자신이다. 상황에 매몰되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반추적인 사고를 하며, 주어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더욱 힘든 고통의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화병 치유에 관한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방 신경정신과 의사, 명상 전문가, 요가 전문가, 세 명의 전문가가 패널로 나와 발표를 했다. 질문 시간에 발표자들에게 "화가 많이 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세 분 모두 '발에 의식을 집중하며 걷는다."라고 했다. 결국 걷기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생각에 끌려 다니지 않고 발의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감정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법을 쓰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30분 이상 걷기를 하면 뇌가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생각이 생각을 만들어 내어 뇌의 과부하를 초래하지 않고, 걷기를 통한 뇌의 휴식이 스트레스를 감소하거나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의미이다.
스트레스를 감소 또는 해소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걷기를 권하고 싶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느낄 때 한 시간 이상 걷게 되면 나중에 왜 화가 났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 시간 이상 걸으면 고민은 대부분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그 이상 걸으면 생각 자체도 무겁게 느껴져 저절로 내려놓게 된다. 사람들을 만나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자연 속을 걸으며 자연의 변화를 통해 무상의 원리를 이해할 수도 있게 된다. 홀로 걸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한다. 단순한 반복 운동이 주는 안정감, 땀을 흘리며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 걸은 후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통한 활력이 걷기가 주는 선물이다.
인생 중반부에 들어선 50대 이상의 중장년들에게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자 자신의 건강을 위해 어떤 건강관리 계획을 갖고 있는지 한번 검토하고 필요시 수정 보완하여 건강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으로 걷기를 추천하기도 하지만, 각자 자신의 모습에 맞는 건강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몸이 회복되면 정신도 따라서 건강하게 회복된다.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신체가 있다면, 그다음에 무슨 일을 하며 인생 후반부를 살아갈지 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심신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저절로 나타기도 한다. 인생이모작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에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면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