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친구야
일시: 2019년 11월 27일 1930-2100
코스: 합정역 – 한강변 – 양화대교 – 성산대교 – 불광천 – 응암역
날씨: 영상 4도, 맑음
거리: 8km
누적거리: 38km
최근에 Facebook을 다시 시작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했고, 소통의 수단인 SNS의 영향력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과 소통 방식을 대면에서 SNS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전히 익숙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노력을 하며 세월의 흐름을 쫓아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끔은 이런 소통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변화를 인식하면서 나 자신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Facebook을 통해서 대학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졸업 후 내 기억에 두 번 정도 본 것 같다. 84년도에 졸업을 하였으니, 35년간 두 번을 만났다는 것은 어쩌면 만났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오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만나서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는데 마치 며칠 전에 만난 친구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해서 좋았다. 어색함이 전혀 없이 늘 만나던 친구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걷기 동호회에서 길을 안내하는 자리에 그 친구를 초대해서 걸으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마 동호회 회원들은 오랜만에 만난 60대 남성의 반가운 표현 방식이 너무나 밋밋해서 이상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방식인데 어찌하겠는가?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자녀 이야기, 지금 하고 있는 일들, 건강 이야기, 아내 이야기, 집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등 생각나는 대로 묻고 대답하며 걸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몇 마디 말로 서로의 근황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둘 다 건강도 좋은 상태이고,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고, 아이들도 성장해서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고, 각자 소일거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상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광명에 살고 있는 친구는 걷기 마치고 바로 귀가를 하였다. 신년에 서대문 안산을 같이 걷자는 약속을 하며, 앞으로 가능하면 얼굴도 가끔 보고 소식 전하자는 얘기도 했다.
사람은 거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삶의 굴곡을 지나오면서도 대학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친구는 대학 시절에도 차분하고, 착하고, 정이 많고, 따뜻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진지한 모습을 지녔던 친구이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렇다. 평생 살아오면서 왜 삶의 역경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 역경을 지내오면서도 원래 지녔던 심성은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머리숱이 좀 빠지고, 피부에 주름이 조금 더 늘어나기는 했지만, 삶의 굴곡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와 어떤 역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 모습은 오히려 더 듬직하고 건강하고 확신에 차 보였다.
길을 걸으며 그 친구와 나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힘든 세월을 잘 견뎌내고 지금 건강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다. 죽을 때까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잘 살아갈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점점 더 좋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둘이 죽음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잘 죽기 위해서 잘 살아야 한다고, 또 그러기 위해서 몸을 많이 움직이고 건강하게 지내자고. 자녀에게, 다른 가족에게 힘든 시간과 고통을 주지 말자는 묵언의 약속을 하기도 했다.
쌀쌀한 겨울 한강변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걸으며 오랜만에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친구는 언제 어디 어떤 상황에서 만나도 편안하고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과는 자주 만나고 오랜 기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거나 불편한 사람도 있다. 만남의 횟수와 기간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것보다는 굳이 많은 말 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 그리고 어떤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 이 친구를 만난 덕에 앞으로 나의 삶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반갑고, 고맙다, 친구야. 건강하게 지금처럼 잘 살길 바란다. 자주 소식 전하고 시간 허락되는 대로 함께 걸으며 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