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05]

열정 하나만은 갖고 살자

by 걷고

일시: 2019년 11월 30일 1300 - 1700

코스: 동작역 – 한강합수부 – 안양천 둑길- 구일역

날씨: 영상 9도, 날씨 맑음 --> 흐림

거리: 21km

누적거리: 5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날씨가 제법 쌀쌀하지만 햇빛이 강하고 하늘이 청명하여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허밍웨이 (Humming Way) 주변을 둘러보고 천천히 걷기도 하였다. 동작구에서 걷기 좋은 길로 지정하여 이름을 ‘걸으며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거리’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Happy Way, Smile Way, Noble Silence Way, Meditation Way 등의 이름도 지어지면 좋겠다. 안산 자락길 중 일부는 Noble Silence Way에 적격이고, 메타세쿼이아 길은 Meditation Way에 적격이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걷는다. 일부는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인 듯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나는 이들 가운데 이방인이다. 이방인은 자유롭고 고독을 즐길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일부러 사람들 속에서 홀로 걸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변도 둘러본다.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 강가 주변에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는 나무들, 다만 낚시꾼들이 여러 대의 낚싯대를 강가에 던져 놓은 모습은 뭔가 욕심이 드러나 보기 싫기도 하다. 길을 단체와 함께 걸으며 홀로 걷는다.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고, 할 말도 없으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없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이다.


한강변에는 각자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혼자 또는 단체로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족, 누워서 타는 리컴번트 바이크 (recumbent bike)를 타는 사람들, 애견과 함께 놀고 있는 사람들, 축구하는 사람들, 벤치에서 술 마시는 젊은 학생들, 마라톤 하는 사람들, 야구하는 사람들, 홀로 또는 단체로 걷는 사람들, 한강변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운동하는 사람들, 낚시하는 사람들, 무슨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사람들, 한강변 이동 주막에서 술 한잔 하며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 게이트볼 하는 사람들,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한강변의 모습은 다채롭다. 강, 강변 길, 놀이시설, 사람, 동물, 나무, 맑은 하늘과 구름, 바람 등이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애견과 함께 놀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람이 개와 놀고 있는지, 개가 사람과 놀고 있는지, 주객이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런 구분을 하는 생각 자체가 애완동물에 대한 차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애완동물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과 감정교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 20여 년 전 큰 수족관에 제법 큰 잉어 몇 마리를 키운 적이 있었다. 며칠 여행을 다녀왔더니 그중 두 마리가 죽어있었다. 아파트 화단에 묻어주고 나만의 방식으로 제사를 지내주고, 남은 물고기와 수족관은 판매하는 사람에게 줘버렸다. 그 이후 다시는 살아있는 어떤 생명체도 집에서 키우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마 이 영향으로 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선호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이, 애완동물에게는 펫권 (Pet權)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할 때 키우고, 불필요할 때 버리는 유기동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동물들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학대받고 버려지고 있다. 이기심으로 인해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학대받고 버려지고 있으며, 정치인들은 사람들을 이용하기도 하고 버리기도 한다. 사업가들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거나 내치기도 한다. 모두 이기심이 만들어 낸 상황이다. 지구는 하나의 우주선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주선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모두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모두 연결된 존재라는 의미이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 동물, 환경을 무시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돌아온다. 자신을 위해 다른 유정, 무정물을 이용하지 말고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일이다. 자리이타(自利利他)는 나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이 공존하는 세상을 말한다. 자신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을 위한 일이 타인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연결된 존재라는 진리를 이해할 때, 이런 마음과 행동은 저절로 일어날 수 있다.


고척돔에 도착할 즈음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린 여학생들이 검은 패딩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들고 있다. 돗자리를 깔고 있는 학생, 야외용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 차디찬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 학생들에게 뭔가를 팔기 위해 떠드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고척돔에는 MMA 2019라는 큰 글씨가 쓰여있고, 그 안에서 학생들의 비명 소리가 들여오고 있다. ‘MMA가 가수 이름인가?’라고 물어봤지만, 같이 걷는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도 답을 하지 않았다. 몰랐거나 기가 막혔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니 MMA 2019(Melon Music Awards)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기획한 행사로 가수들이 공연하는 행사였다. 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추위에 떨면서도 목소리 터지라고 가수의 이름과 노래를 부르고, 손에는 가수를 응원하는 현수막, 피켓, 사진을 들고 웃고 떠들고 있다. 한 마디로 ‘미친 열정’이다.


그 아이들을 보며 ‘미친 열정’이 부러웠다. 동시에 부디 죽을 때까지 어떤 열정이든 하나는 늘 가슴속에 지니고 살아가길 기원하였다. 나이 들어가면서 열정이 식고,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없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살아있기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 마음속에 어떤 열정을 심어줄 수 있을까? 열정은 누군가가 강제로 심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열정은 스스로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무엇이다. 그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며, 그 일을 할 때에는 몰두하게 됨으로써 세상 모든 시름을 잊게 되고, 그 일을 마친 뒤에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무엇이다. 부디 그 아이들이 오늘 MMA 2019에 참석한 가수들에 미쳐있듯이, 삶 속에서 자신을 불사를 수 있는 열정을 죽을 때까지 하나라도 가슴속에 지니고 살길 바란다. 열정의 대상을 바뀔 수 있지만, 열정만을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1575102038490.jpg 하늘은 날씨에 따라 그 모습이 하지만, 하늘은 늘 그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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