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06]

마음의 공간

by 걷고

일시: 2019년 12월 2일 1930 - 2130

코스: 오목교역 – 안양천 – 한강 – 양화대교 – 합정역

날씨: 영상 3도, 날씨 맑음

거리: 9km

누적거리: 6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낮에는 0도 정도로 오히려 쌀쌀한 날씨였다. 저녁이 되어 더욱 추울 줄 알고 단단히 방한 준비하고 나왔는데, 오히려 날씨가 누그러지고 바람도 잦아들면서 걷기에 아주 좋은 날씨가 되었다. 시원한 강변 바람을 맞으며 자연과 호흡하고, 야경을 즐기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길동무들과 수다도 떨며 심신의 건강을 다지는데 걷기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다.


걷기 전에 ‘그룹 꿈 투사 작업’에 참여하여 꿈 작업을 하고 왔다. 30대 초반의 남성 한 명은 자신의 꿈 얘기를 하며 ‘돈’이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장애라고 하면서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가슴이 먹먹했다. 나 역시 그런 세월을 보냈기에, 그 마음이 너무나 절절하게 느껴졌다. 지금 상황에서 어떤 조언도 오히려 거부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냥 조용히 힘들어하는 그 마음을 같이 느끼려 노력하며 옆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어떤 얘기도 그 친구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 거 같은데 왜 나만 이리 힘이 드는지, 모두 즐겁게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세상이 비관적으로 보일까? 모두 활기찬데 왜 나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가? 어떤 사람은 쉽게 돈을 버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돈 한 푼 벌기가 이렇게 힘이 들까? 모두 희망이 있고 밝은 미래를 위해 달려 나가는데 왜 나는 깜깜한 땅 속 좁은 감옥에 갇혀 있어서 아무 희망도 없이 절망만을 느끼고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다. 지금 그 젊은 친구의 마음이 이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힘든 시간을 산에 오르고, 뛰고, 걷고 견뎠던 것 같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조금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그 날 할 일을 정해서 꾸준히 그리고 충실하게 이행하려고 억지로 노력을 했다. 그 할 일이란 너무나 단순한 일이었다. 명상, 걷기, 그리고 독서였다. 그 외에 별로 할 일도 없었다. 그마저 하기 싫거나 힘들다고 느껴지면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걷기도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은 채 하루하루 충실하게 견디며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름대로 일정을 정하고 할 일을 만들고 그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없지만, 마음은 편해지고 즐겁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 진리를 알아차리는데 많은 시간과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젊은 친구가 절망 속에 괴로워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활고로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이 지니고 있는 꿈을 포기하지 말고 견디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잔인한 말일 수도 있지만, 지금 겪고 있는 역경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만일 힘든 상황으로 인해 꿈을 버린다면, 그 힘든 상황이 사라진 다음에 다시 다른 종류의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꿈은 이루기 있기 위해 있다기보다는, 꿈 자체가 삶의 기둥이 되어 우리 자신을 지켜준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무엇을 성취하였고 어떤 결과물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꿈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이 꿈은 성취하기 위한 목표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삶 속에서 표류할 때, 등대가 되어 준다. 그래서 꿈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힘든 상황을 견디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걷기이다. 걷기를 통해서 마음속 여유 공간을 찾을 수 있다. 그 공간을 통해 숨을 쉴 수 있고, 숨이 조금 트이면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아주 단순한 주변 일부터 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의지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꾸준히 매일 뭔가 할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성숙하며, 그 힘이 미래를 열어주는 힘이 된다. 이런 힘은 평생 살아가는데 삶의 밑거름이 된다.

양화대교.jpg
Screenshot_20191202-223428_Sangilsaem.jpg


작가의 이전글[걷고의 걷기 일기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