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걷기 여행을 기다리며
일시: 2019년 12월 18일
코스: 홍제역 – 홍제천 – 불광천 – DMC역
날씨: 영상 1도, 날씨 쌀쌀하고 맑음
거리: 8km
누적거리: 11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전 상담 시간에 맞춰 버스로 이동 중인데 센터에서 연락이 와서 오늘 상담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오늘이 마지막 회기인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버스를 타고 되돌아오며 동사무소에 들려 주택연금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집에 돌아왔다. 아내와 딸, 손녀는 외출 준비로 바쁘다. 모두 나간 뒤에 홀로 오랜만에 집에 앉아있으니 편안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이다.
올 한 해는 제법 바쁘게 살아온 것 같다. 센터에서 주 2회 상담, 노원 50 플러스 센터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온전한 대화, 중년 남성 1인 가구 심리안정 집단 상담, 명상 프로그램, 느림보 걷기 프로그램 등. 롯데 마트에서 명상 프로그램 강의도 했고, 군부대에서 산티아고 특강을 하기도 했다. 헤드헌터 업무로 연초에 약간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유튜버로 활동하며 ‘이휘재의 인생 2막 재구성’이라는 제목으로 총 16편의 동영상을 제작하여 업로드하였고, ‘걷고의 걷기 일기’를 11월부터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일기는 평생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다른 것은 중간에 포기하거나 방향을 바꿀 수는 있어도 일기 쓰기는 평생 하려고 한다. 참 많은 일을 했다. 그 외에 ‘PL들을 위한 힐링 캠프’ 집단 상담 리더로 참석도 하였고, 꿈 작업에 참여하고 꿈 공부를 하기도 했다. 참 많은 일을 했던 한 해이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어제 꾼 꿈 해석 작업을 먼저 했다. 인상에 많이 남은 꿈이고 신경이 쓰이기도 한 꿈이다. 아직 해석이 잘 되지는 않지만, 틀림없이 내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든다. 언젠가는 그 얘기가 들릴 것이다. 꿈 작업을 마친 후에 TV에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점심 생각이 없어서 건너뛰고 책을 뒤적이다 낮잠을 한 시간 자고 일어나, 다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이렇게 한가하게 보내는데 뭔가 마음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나 보다.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쉬는데, 뭔가가 편하지 않다. 습관이 무서운 것 같다.
왜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으면 편하지 않을까? 바쁠 때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도, 막상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면 어쩔 줄 몰라하고, 편안하게 쉬지도 못하면서 약간의 죄의식 같은 것을 느낄까?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면 안 될까?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지워버리려고 저녁 식사 후 분석심리학 책을 꺼내 30분 정도 읽었다. 요즘은 꿈 작업에 관심이 많아 꿈 관련된 부분을 읽었다.
저녁 식사 후 걷기 모임에 나갔다. 오늘은 내가 길 안내를 하는 날이다. 날씨가 쌀쌀한데 아홉 분이 참석하셨다. 추위를 이겨내고 나온 분들이다. 한 분은 이번에도 따뜻한 차를 준비해 오셔서 참석자 모든 분들에게 나눠주신다. 고마운 마음이다. 중간에 20분 정도 침묵 걷기를 했다. 수요 걷기 테마를 ‘침묵 걷기’로 정한 이유는 업무 마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나오신 분들이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이다. 다행스럽게 참석하신 분들이 잘 협조해 주어서 안정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천천히 간단한 몸 풀기 요가와 감각을 열고 생각 대신 감각에 집중하며 걸을 수 있도록 안내를 하려고 한다.
걷기는 심신 건강에 좋은 운동이다. 그런 좋은 운동을 하며 감각을 열고 감각을 느끼며 걷는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현대인들은 생각이 너무 많다. 생각이 차지하는 부분을 일부라도 감각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걷기 동호회 모임이기에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코스도 매주 바꾸는 것보다는 월 단위로 한 곳을 지정해서 하든지, 아니면 서너 곳을 지정하며 그곳에서만 하든지, 코스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다. 이왕 침묵 걷기를 테마로 잡았으니 회원 분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조금 적극적으로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걷기를 하며 감각을 활짝 여는 연습을 꾸준히 하여 스스로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스럽게 요즘은 생각에 끌려 다니지는 않는다. 또한 감정에 쉽게 매몰되거나 압도되지도 않는다. 일상도 많이 안정이 되었고, 할 일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하루 일과도 나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 마음속에는 내년 초에 제주도 10일 장기 도보에 꽂혀있다. 걷기를 좋아하기는 하는가 보다. 이번 기회에 오스프리 배낭도 하나 주문하였다. 4단 스틱을 하나 준비하려는데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다. 금년 안에는 준비하여 제주도 갈 때 사용하려 한다. 이번 제주 도보는 대중 속 홀로 걷는 여행이 될 것이다. 숙식이 제공되고 길 안내자가 있다. 나는 조용히 걷기만 하면 된다. 아무 신경 쓸 일도 없다.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걷는 것이기에 홀로 걸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이번 여행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