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21]

존중과 배려

by 걷고

일시: 2020년 2월 5일 (안산 – 홍제역 6km)

2020년 2월 8일 (월드겁공원 – 매봉산 – 메타세콰이어길 -

난지공원– 한강변 – 합정역 15km)

거리: 21km

누적거리: 382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도니는 산티아고에서 만난 친구이다.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도니는 대기업 임원으로 퇴임한 후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방향 설정을 위해 산티아고에 왔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비록 산티아고에는 처음 왔지만 마치 현지인 같은 느낌으로 적응을 잘하며,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특유의 친화력도 지니고 있다. 골프, 테니스, 등산 등 운동을 좋아하며 사진, 음악, 영화에도 매우 깊은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친구이다. 귀국 후 내 친구들 모임에 도니를 초대해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만난 후 지금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며칠 전 도니가 변실장, 신교수, 그리고 나 세 명을 자신의 단골집인 닭 볶음탕 전문 식당으로 초대하여 웃고, 마시고, 식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 후에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부담스러운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도니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기로 했다. 식당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개인주택이다. 땅을 구입 후 인테리어 전문가인 부인의 정성과 전문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갤러리 느낌의 개인주택이다. 일반적으로 주택 인테리어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주인의 성향, 취미, 개성 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하기에 그만큼 어렵다고 한다.

집 뒤뜰에는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장비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지하에는 드럼과 여러 악기들이 있어서 가끔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악기 연주 공간 옆에 사진 작업실이 있다. 인화할 수 있는 공간과 사진을 걸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큰 테이블에 여러 사진들이 놓여있었고, 산티아고 사진첩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 사진을 보자마자 울컥했다. 그 길에 대한 감동, 길을 걸으며 느꼈던 상념, 그리고 길에 대한 그리움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그런 느낌이 들었다. 변실장과 신교수가 좋아하는 사진을 즉석에서 바로 선물을 주기도 했다. 그런 여유로운 마음이 보기 좋았다. 사진 작업실 옆에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부인의 작업 공간이 있다. 직원용 컴퓨터 4대가 놓여 있는 사무 공간이며 동시에 작은 소품들을 수집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거나 판매를 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 함께 위치해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갔다. 도니의 부인께서 와인과 안주를 정성스럽게 준비해 놓으셨다. 부엌과 거실이 자연스럽게 구분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리석 식탁 위에 분위기에 맞는 안주를 담은 그릇, 그리고 맛난 과일과 치즈들이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벽에는 도니가 찍은 가족사진들이 있었고, 하얀색의 소파가 인상적이었다. 와인을 마시며 함께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올해가 환갑인 도니는 부인과 함께 킬리만자로에 갈 계획을 하고 있다. 킬리만자로 정상을 밟은 신교수의 위상이 한껏 올라가는 유쾌한 자리였다.

한참 즐거운 대화를 나눈 후에 도니가 우리를 이층으로 안내를 했다. 각자 와인과 안주를 들고 이동을 하여야 한다고 해서 모두 이유도 모른 채 묻지도 않고 시키는 대로 이동했다. 이층에는 벽을 도서관 서가 형식으로 꾸며놓았다. 마치 멋진 도서관 카페에 온 느낌이 들었다. 한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완벽한 음악 감상실이 우리를 반겼다. 완벽한 방음에 바닥을 일곱 겹으로 깔아서 아무리 큰 소리와 충격을 주어도 주변이나 아래층 가족들에게 전혀 방해가 되지 않게끔 만들었다.

감상실의 반은 오디오 세트가 차지하고 있었다. 스피커, 앰프, 복잡한 연결선,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된 벽과 천정, 안락의자와 소파, 그리고 작은 테이블들이 있었고, 한쪽 벽면은 음악 CD로 가득하다. 이미 식당과 일층에서 소주, 맥주, 와인을 먹은 상태여서 조금 취해있었다. 음악을 크게 틀고 모두 몸이 반응하는 대로 억지 춤을 추기도 했고, 음악에 취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기도 했다. 비나 눈이 올 때 와인 한잔 마시며 음악을 듣고 밖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 이상의 행복이 없을 것 같다.

이 집을 설계할 때부터 부인과 도니는 많은 얘기를 나눴을 것이다.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돋보였다. 도니의 작업실에서 도니는 사진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음악도 연주하며 친구들과 함께 멋진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다. 부인의 작업 공간에서 부인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1층 부엌과 거실은 가족들의 공유 공간으로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화목한 가족을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2층의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음악감상실은 때로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멋진 사교 공간이다.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성찰이 필요할 때에는 아주 고요한 산사가 되기도 할 것이다.

부부간에 또 가족 간에 서로의 삶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묻어난 집을 보며 ‘아름다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속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그런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배려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양한 취미를 갖고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유지하며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도니는 참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멋진 친구이다. 우리 모임도 비록 서로 나이와 자라온 환경이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으로 오랜 기간 만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귀한 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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