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36]

by 걷고

일시: 2020년 3월 17일 (일산역 – 일산호수공원 – 정발산 - 일산역)

거리: 13km

누적거리: 55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날씨가 흐리고 찬 바람이 분다. 후배 K가 살고 있는 일산에서 만나 같이 걷기로 해서 약속된 일산역으로 향했다. 요즘은 날씨가 흐리던 맑던 상관없이 걷는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 외출을 꺼려하지만, 유의사항을 잘 지키며 활기차게 외부에서 걸으며 건강을 다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자주 걷고 있다. 우산과 비옷도 챙겼다. 준비만 잘하면 어떤 날씨에도 어떤 길이든 걷는데 문제 되지 않는다.


K는 약 30년 전에 대학원에서 만났다. 둘 다 모두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회사에서 학비를 제공해줘서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때 만난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귀한 인연이다. K는 서강대 MBA 학위를 취득하였고, 나는 학기만 마치고 사업 준비 핑계로 학위를 취득하지 못했다. 조계종단에서 선발하여 교육시키는 국제포교사 공부도 같이 했다. 둘 다 자격증은 취득했지만, 그 친구는 수석 졸업으로 대만 사찰 순례를 다녀왔다. K는 퇴사 후에 해외 봉사활동과 사찰 Temple Stay 팀장으로 10년 정도 근무하며 보냈다. 그만큼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친구이다.


둘이 일산 호수 공원과 정발산을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대부분 앞으로 살아갈 방법에 대한 얘기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해외 봉사 활동 경험을 책으로 발간하는 것을 권했고, K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고 얘기했다. 기뻤다. 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권했는데, 다행스럽게 권유를 받아들여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간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생계에 큰 문제는 없고, 하고 싶은 일만 찾으면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걷기를 마친 후에 막걸리 한 잔 마시며 얘기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사경 (寫經)을 열심히 하며 수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서예를 배우고 싶고 인문학 공부도 하며 사자성어 등 의미 있는 한문을 서예로 써서 그 내용을 국, 영문으로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얘기했다. 남은 인생을 봉사 활동을 하며 살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봉사활동이라는 큰 방향은 정해졌다. 다만 그 길을 구체적으로 찾기 위한 실천과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은퇴자들은 대부분 은퇴 초기 자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9 to 6에 익숙한 삶이고 늘 계획적으로 살아온 삶이기에 갑자기 삶의 패턴이 바뀌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늘 뭔가를 해야만 하고, 생산적인 일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아야만 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갑자기 새로운 일을 찾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익숙한 방법에서 낯 설은 방법으로 변화하는 일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 2막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일이 무엇이든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편안하고 죽을 때까지 해도 지치거나 싫증 나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 내가 찾은 방법은 그 일 자체가 놀 거리, 할 거리, 일 거리여야만 하고, 한 가지 일이 아닌 여러 가지 일을 뜻하는 Nomad Job 이어야 한다. 삶의 다양성은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반드시 돈을 벌기 위한 Job이 아니어도 된다. 꾸준히 오랫동안 하면 어느 순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자연스럽게 수입과도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부터 30년 정도를 산다고 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K가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을 위하고, 자신만을 위한 삶의 방식을 찾아내어 편안한 삶을 살아가길 기원한다. K가 “형, 저는 자신에게 늘 엄격하게 대하고 열심히 살아왔어요. 이제는 자신에게 조금 편하게 대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기에 안쓰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K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직접 표현하지는 못했다. “K,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고, 살아오느라 애썼다. 가장으로 또 사회인으로 너의 역할은 다 마쳤으니, 이제는 너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네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네가 즐거운 일만 하길 바란다.”

20200317_125431.jpg 일산 호수 공원 정경
20200317_154107.jpg 모란, 봄이 오는 소식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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