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0년 3월 24일 (집 – 불광천 – 월드컵공원 – 문화비축기지 - 집)
거리: 9km
누적거리: 60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감기 기운이 있어서 어제저녁부터 감기약을 먹으며 관리하고 있다. 걷기 동호회 수요 걷기 길 안내도 할 수 없다고 운영진에게 이해를 구했다. 친구 모임도 양해를 구하며 연기했다. 지난 몇 년간 감기에 걸리지 않고 지내왔는데, 또 감기 정도는 가볍게 생각하고 모임에 나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감기 걸린 것이 큰 문제가 된 느낌이 들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혹시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염려되어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위한 예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담센터에서 당분간 전화 상담으로 진행하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오늘 두 사례 상담을 마쳤다. 전화로 상담을 하니 답답하다. 내담자의 표정과 행동을 읽을 수가 없고, 말이 서로 겹쳐서 다시 물어보는 일도 발생했다. 앞으로는 한 템포 늦춰 응대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목소리 감이 좋지 않고 안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목소리가 커지는 느낌도 받았다. 몇 번 해보면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 지금 센터에는 내담자들이 서너 달 대기를 할 정도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불안감에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센터 담당자와 통화해서 전화 상담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상담 마치고 나니, 감기 기운이 올라오고 몸도 개운하지 않아 걸으러 나갔다. 불광천에는 봄이 오고 있다. 천변의 메마른 잿빛 잡초들이 신록의 옷을 입고 활기를 띠고 있다. 개나리는 만개하였고, 목련과 벚꽃도 예쁘게 피며 봄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변하고 코로나로 힘들어도 자연은 순리에 따라 계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광천에 많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걷고 있고, 애완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집 안에서 불안에 떨지 않고, 외부로 나와 활기차게 걸으며 극복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고, 심지어는 어린아이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안타까웠다. 어제는 손녀와 근처 놀이터에 갔는데, 거기서 놀고 있는 아이들도 모두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있었다. 괜히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보기 안쓰러웠다.
‘나는 왜 걷는가?’라는 주제로 주변의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정리하여 책 발간 계획을 갖고 있어서 면담자들을 섭외하고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에 첫 면담자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글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초고를 쓴 후에 면담자에게 보내서 혹시 불편한 점이 있는지 확인 요청을 했고, 무리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걸으며 초고 내용을 생각하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보완 자료를 요청해 놓았다. 또한 인터뷰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신문에 나온 인터뷰 기사 형식으로 정리하였는데, 그 방식이 책으로 발간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고 보완 후 출판 전문가와 한번 상의해 볼 필요가 있다.
감기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지만 덕분에 홀로 여유롭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은 수요일 저녁 침묵 걷기를 위해 구상한 새로운 코스를 걸으며 시간, 거리, 화장실 위치 등을 확인하였다. 저녁 침묵 걷기에는 아주 최적의 코스라는 생각이 든다. 2주 후에 이 길을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걸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길 안내자로서 좋은 길을 안내하고, 사람들이 그 길이 좋다고 얘기해주면 괜히 으쓱해지기도 한다. 빨리 감기에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 덕분에 2주간 홀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가격리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