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 한 권이 배달되었다. 동료 상담심리사인 윤귀연 선생님이 발간한 책을 보내주신 것이다. 윤선생님과는 청소년 상담사 연수 기간에 처음 만났고, 그 이후에도 가끔 소식을 전하며 서로 격려하는 좋은 친구이자 동료로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며칠 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책 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책을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
책 제목에서 내용이 어느 정도 가늠된다. 책 제목을 참 잘 뽑아냈다는 느낌이 든다. 선생님의 기지가 드러난다. ‘서툰’에서는 매사에 서툰 우리들이 많은 실수를 통해서 배워 나가고 있는, 실수를 스승 삼아 살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할 수밖에 없다. 다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느냐 마느냐는 각자의 노력과 의지에 달려있다. ‘언니’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끝까지 아줌마라는 호칭을 거부하고 젊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딸들에게, 동료나 후배들에게, 제자들에게 꼰대가 되기 싫다는, 그래서 늘 젊은 마음과 열정으로 살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다.
‘인생 요리법’은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 삶의 다양한 경험, 실수, 후회스러운 일, 행복한 일, 잘한 일, 괴로웠던 일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 그 과거의 일을 재료로 요리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서툰’과 관련되어 있다. 과거의 요리는 이미 먹어버려서 되돌리거나 재활용할 수는 없다. 다만 과거의 실수를 요리 재료로 삼아 건강에 좋은 맛있는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것도 재료 자체를 하나씩 먹거나 날 것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요리’ 해서 먹는다. 요리는 다양한 재료를 적합한 비율과 인내의 시간을 갖고 만드는 과정을 통한 결과물이다.
많은 요리사들이 있고, 많은 식재료가 있다. 하지만, 어떤 재료를 어떤 비율로 섞어서 맛있게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요리사의 능력이 평가된다. 같은 재료를 동일한 용량과 비율을 사용해도 맛이 다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경험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요리법에 따라 그 맛이 각각 다르다. 이 점이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내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삶이 될 수도 있고, 비참한 삶이 될 수도 있다. 그 결정권, 노력, 의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저자는 이 점을 얘기하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도 상황을 보는 관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과거의 힘든 상처가 평생 자신을 괴롭힐 수도 있지만, 동시에 괴롭히는 괴물과 용감히 맞서 싸워 자신을 강화시켜 과거의 사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예전에는 1톤처럼 느껴졌던 삶의 무게가 자신의 힘이 강화되면서 1그램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저절로 해방되는 것이다. 자신의 힘을 키우면 사슬은 더 이상 사슬이 아닌 달콤한 설탕으로 만든 사슬이 된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시도와 좌절을 겪어내고, 굳은살이 배기고, 또 깨지고 하면서 굳은살이 더욱 단단해져야 과거의 사슬이 더 이상 사슬로 자신을 묶지 않고 저절로 풀어진다.
“실수하면서 알아가고, 넘어지면서 빨리 일어나는 것. 횟수만큼 면역도 생기는 법입니다.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믿는 것, 그리고 다시 시도하는 용기 그것만으로 아름답습니다” (본문 중에서)
이 글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모두 담겨 있다. ‘단지 하는 것’ 그 외에 다른 삶의 비결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생각’ 속에 갇혀서 공상과 망상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생각하는 시간까지 아껴서 행동으로 실천한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별로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 저자처럼 나 역시 상담심리사 자격시험에 두 번 실패를 하고 세 번째 합격했다. 좌절로 힘들어할 때, 한 후배가 이런 얘기를 했다. “형, 시험에 실패는 없어요. 포기는 있지만, 불합격은 없어요.” 이 말이 힘이 됐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 공부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지금은 상담심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단지 할 일’을 할 뿐이다. 좌절로 괴로워하는 시간까지 아껴서 실천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슴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기도 했다. 저자의 삶과 나의 삶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자신의 감추고 싶었던 힘든 과거를 꺼내는 용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에 울컥했다. 그런 내용을 글로 옮기며 저자는 아마 울었을 수도 있고, 어느 선까지 공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또한 관련된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 응어리와 가시를 상처를 내면서까지 끄집어내는 시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 환경, 상황, 처지 등을 감추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끝까지 진솔하게 표현하며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공포에 떨기도 하면서 스스로 치유해 나갔다.
매 글의 마지막 부분에 고딕체로 삶의 요리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멘토가 없어서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편안하게 설명해 놓은 것이 주는 감동이 있다. 꼰대처럼 권위적이지도 않고, 학자처럼 전문성을 드러내지도 않고, 누군가를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으며, 진솔하고 담백하게 자신만의 요리법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저자는 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삶을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 같다. 동시에 힘들어하는 과거의 자신과 닮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 그런 마음이 따뜻하고 고맙고 감동을 준다. 삶이 온통 괴로움으로 가득한 사람들, 경력단절로 힘들어하는 여성들,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하는 분들, 지금 상황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는 분들, 또 삶을 좀 더 확신을 갖고 살아가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