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세 번째 읽었다. 한번 읽었을 때에는 다소 혼란스러웠고, 두 번째 읽었을 때에는 너무 단순한 것을 길게 풀어놓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번에 세 번째 읽고 나니 이 책의 소중한 가르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호흡 명상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수행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하고, 호흡을 통해 과연 마음공부를 모두 마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이미 이런 욕심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호흡 명상을 하다가, 어떨 때에는 화두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 명상이 내게 적합한 수행 방법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집에서 호흡 명상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찾아봤더니 열 권 정도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자료와 책을 갖고 있었다. 매 순간 공부가 익지 않아 변덕스럽게 이 방법, 저 방법을 찾아 헤맸지만, 그러면서도 호흡 명상에 관한 관심은 늘 갖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 호흡 명상 관련 책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공부법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하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하든, 꼭짓점에 도달하게 되면 결과는 모두 같을 것이다. 마치 등산을 하는 데 어떤 루트를 택하느냐의 차이이지, 정상에 도달하면 같은 지점에 서있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책은 불경인 호흡관법경을 해설해 놓은 책이다. 사념처 (四念處)인 신(身), 수(受), 심(心), 법(法)의 각 단계마다 경험할 수 있는 각각 4가지 단계인 호흡의 16단계를 설명해 놓았다. 생각은 경험과 자신을 분리시켜 놓는다.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이 호흡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호흡을 통해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도 하고, 동시에 호흡을 통해 경험과 하나가 될 수가 있다. 대부분 생각은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가 없다. 호흡을 느끼는 그 순간만이 유일한 현재이다. 또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도 바로 호흡을 경험하는 것이다.
신념처 (身念處)에서는 호흡이 안정되면서 거친 망상들이 떠올라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유식(唯識)에서는 무의식에 해당하는 심층 의식과 의식에 해당하는 표층 의식으로 나누는데, 호흡을 통해 평온함을 유지하게 되면 심층 의식이 표층 의식으로 떠올라 사라진다고 한다. 그때 중요한 것은 그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뢰야식에 저장된 모든 자료들이 하나, 둘 비워지면서 원래의 모습이 청정한 본성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념처는 호흡을 통해서 몸의 특성을 느낄 수 있는 단계이다.
수념처 (受念處)에서는 호흡이 안정되면서 모든 감각 기관, 즉 눈, 코, 입, 귀, 코, 의식을 통해 들어오는 대상에 대한 느낌에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 이 단계에서 우리의 감정은 좋거나, 싫거나, 덤덤함, 세 가지로 느껴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런 감정과 느낌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문제를 일으키거나 확대하기도 한다. 그런 느낌이 올라올 때, 호흡으로 돌아와 간섭하지 않고 흘려보내면 이차적인 조건화를 막아줄 수 있게 된다. 수념처를 통해서 느낌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는 단계이다.
심념처 (心念處)는 호흡을 통해서 삼독(三毒), 즉 탐심, 화냄, 어리석음을 알아차리며 그런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계이다. 삼독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호흡을 통한 마음챙김이다. 마음챙김이란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으로, 선택 없는 알아차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음챙김을 통해서 삼독이 올라올 때 알아차리고 호흡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삼독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율을 잘 지키면 삼독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집착을 놓아버리는 연습을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면 저절로 집착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게 된다.
법념처 (法念處)는 호흡을 통해서 모든 현상의 무상함, 즉 탄생과 소멸을 바라보는 것이다. 몸, 느낌, 마음을 자신과 동일시함으로써 괴로움이 발생하게 된다. 일체개고 (一切皆苦)이다. 괴로움의 원인은 자아가 있다는 환상에서 시작이 된다. 제법무아 (諸法無我)이다. 모든 존재는 반드시 탄생과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제행무상 (諸行無常)이다. 호흡을 통해 삼법인, 즉 일체개고, 제법무아, 제행무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책에 나온 내용 중 아주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이런 현상은 마치 날씨와 같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비, 구름, 바람, 눈, 쾌청한 날씨 등 다양한 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있지만, 이런 현상의 실체는 없다. 언제든 날씨는 변한다. 하지만, 날씨가 변한다고 해서 세상이 비나 구름이 되지 않는다. 세상은 늘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반야심경에 나와있는 불생불멸 (不生不滅), 불구부정 (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이 바로 이 이치이다.
호흡을 통해서 사념처의 각 단계를 느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단계별로 나오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런 순서대로 따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꾸준히 호흡 명상을 수행하면 어느 순간 이런 단계를 느낄 수 있고 진전될 수 있다. 단지 수행만 꾸준히 하면 된다. 호흡은 ‘선택 없는 알아차림을 하며 그저 바라 봄’이다. 금강경의 사귀게 중 하나가 떠오른다.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세상사 모든 일은 꿈과 같고, 환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다. 이슬과도 같고 번개와도 같으니 응당히 이와 같이 볼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