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막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

by 걷고

지센린 선생님의 저서 ‘다 지나간다’를 읽고 나서 나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의 삶에 대한 계획을 세워본다. 지 선생님은 98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 스스로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운 적도 없고, 심지어는 병상에서도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셔서 글을 쓰셨다고 한다. 그분의 살아온 모습을 보며 옛날 우리나라 선비의 모습을 보았다. 내가 생각한 선비의 모습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며 살아가고, 세대의 변화에 따른 유행에 관심 갖지 않고 자신이 정한 원칙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런 면에서 지 선생님의 책이 내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셨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고, 그 답을 찾는 방법 중 하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해야만 한다. 과연 나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무엇이 될까? 박지성은 ‘축구선수’이다. 유재석은 ‘개그맨이면서 방송인’이다. 박찬호는 ‘야구선수’이다. 사람은 이렇듯 한 마디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이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나는 ‘상담심리사’이다. 이것이 나를 한마디로 가장 잘 표현한 한 단어이다. 결국 나는 ‘상담심리사’로 살아가고 싶고, 살아온 지난 세월은 이 일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 선생님은 책에서 잘 살기 위한 방법에 대해 명료하고 단순하게 표현하셨다. 비록 그 표현은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실천하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진인사’를 한 후에 ‘대천명’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는 참을 인(忍)을 강조하셨고, 세대 차이는 인류의 진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에, 이해가 되지 않아도 수용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수감 생활 중에도 ‘라마야나’를 완역하실 정도로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시지 않으셨고, 자투리 시간의 중요성에 대한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선생님의 말씀 중에 나를 가장 감동시킨 말씀은 ‘80세가 넘은 후에 비로소 학문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라는 말씀이다.


우리나라의 노철학자 이신 김형석 선생님은 인생의 황금기는 65세부터 75세라고 말씀하셨고, 지 선생님은 80세가 넘은 후에 비로소 학문의 전성기를 맞이하셨다고 한다. 평균 연령보다 훨씬 오래 사셨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모습에 충실하게 살아온 분들의 말씀이니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분들의 삶을 보며 일찍 사회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한적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많은 창피함과 미안함을 느꼈다. 그분들만큼 열심히 살아오지도 못했으면서 편안하게 놀다 죽겠다는 생각이 창피했다. 또 사람은 모두 각자 태어난 이유가 있을 텐데, 자신의 역할도 모르고 할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으면서 쉬겠다는 생각을 했던 모습으로 인해 후손들에게, 또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과 모든 존재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언제부터인가 시골에서 편안하게 살겠다는 생각을 접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고, 그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환갑을 갓 넘긴 ‘상담심리사’이다. 하지만, 두 분에 비하면 어린아이에 불과하고 앞으로 최소한 20년 이상은 상담심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고, 다행스럽게 나는 그것을 위한 기본 준비는 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살아왔다면, 잎으로는 그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제 겨우 나의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한 첫 발자국을 띈 상태이다.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상담에 필요한 공부와 수련을 받아왔다. ‘앞으로 어떻게 상담심리사로 살아야 하는가? 어떤 상담심리사가 되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하여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지 선생님의 책을 읽고 배운 것을 실천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나는 ‘마음 따뜻한 상담심리사’가 되고 싶다. 경험이 부족하고 학문적인 공부도 다른 상담전문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내담자를 돕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고, 살아온 경험과 따뜻한 마음으로 내담자를 돕는 상담가가 되고 싶다. 따뜻한 마음은 내담자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내담자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갖도록 도움을 주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잘 돌보아야 할 것이고, 잘 관찰하며 이기심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될 것이다. 나 자신의 마음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알아차림 연습이 필요하다.


상담사로서 필요한 또 하나의 조건은 ‘마음 주름 없애기’이다. 사람은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과 사고(思考)를 통해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이런 사고를 나는 ‘마음 주름’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의 마음에 주름이 있는 한 상대방을 왜곡되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의 거울이 평평하고 맑고 깨끗해야만 그 거울을 통해 내담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마음 주름을 펴는 방법으로 명상 수행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명상은 지금-여기에 충실하며, 과거의 회한과 미래의 공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신체적인 건강 또한 상담사로서 중요한 부분이다. 건강한 신체가 있어야 집중력 있게 상담에 임할 수 있고,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마음이 나올 수 있다. 내게는 ‘걷기’가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신체적인 건강이 허락되고 정신이 맑은 상태로 유지되는 한 죽기 전까지 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이 되면 상담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삶의 마무리를 위한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것은 지금 결정할 일은 아니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저절로 결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담사로서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한 상담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담에 대한 기본 원칙은 크게 변함이 없겠지만, 세월의 흐름에 맞는 상담기법의 변화와 사회 상황의 변화에 대한 공부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 유일한 방법은 꾸준히 상담전공서적을 통한 공부와 학회 활동을 통한 수련 및 동료 상담사들과의 교류를 통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의 변화를 읽기 위한 신문이나 다른 미디어를 꾸준히 접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상담과 명상, 걷기는 따로 떼어내어 생각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불가분의 관계이다. 길을 정해져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꾸준한 실천만 남아있다.


지 선생님은 책에서 80세에 학문의 전성기를 맞이하셨다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80세에 상담사로서 전성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 지나간다’를 읽고 나서 느낌을 정리하니, 나의 미래가 눈앞에 선하게 보인다. 책을 통한 지 선생님과의 인연에 감사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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