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빨랫감
얼마 전에 '빨래'라는 뮤지컬을 보았습니다. 서민들의 삶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곤한 삶을 먼지와 찌든 때로 표현하여 그 때를 빨고, 꽉 쥐어짜고, 훌훌 털어 맑은 햇빛에 말리고, 깨끗해진 옷을 입고 살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서민들의 애환, 끈끈한 인간애, 장애자 아이를 둔 애미의 심정, 삶과 사랑, 갑질하는 고용주와 그 속에서 고통 받는 종업원의 모습 등, 일반 서민들의 삶이 그 속에 녹아 있었습니다.
때나 먼지는 우리가 살아온 경험일 수도 있고, 삶의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기억, 사고, 감정, 정서, 행동 등일 수도 있습니다. 삶의 흔적인 이런 때나 먼지가 없이 삶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삶 속에서 필연적으로 묻을 수밖에 없는 때나 먼지를 어떻게 하면 묻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 질문보다는 ‘어떤 방법으로 그 먼지를 제거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맞을 것입니다. 명상이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억이나 감정, 생각들도 오랜 기간 붙들고 있으면 결국에는 자신을 괴롭히게 됩니다. 명상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모든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을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고 물 흐르듯 흘려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마치 흐르는 시냇물에 빨래를 담그고 때를 씻어내듯.
또 다른 방법은 걷기입니다. 걷기를 하면서 우리는 길동무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지만, 자기 내면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지나온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합니다. 걷다보면 저절로 불필요한 생각들은 사라지고, 어떤 것들은 자신의 일부가 되어 삶의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일상 속에서 묻어있던 오물과 때를 닦아내고 매일매일 새 옷을 입듯 새 삶을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걷기는 신체적인 건강을 회복시켜 주기도 하지만, 혼란스러운 현실 세계 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해 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몰입을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또는 하는 일에 자신을 온전히 던져 집중하는 것을 몰입이라고 합니다. 이런 몰입은 자신과 일이 하나가 되는 경우로, 가끔 TV 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을 보며 몰입을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달인들의 공통적인 모습은 웃는 얼굴로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며 그 분야의 전문가가라는 자긍심을 지니고 계십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삶 속의 모든 찌든 때와 먼지조차도 승화되어 자신과 하나가 되어 버리기에 굳이 빨고 짜고 말릴 필요조차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 때, 먼지, 자신을 둘러 싼 모든 환경이 혼연일체가 되기에, 이 분들에게는 어쩌면 빨랫감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세상을 먼지와 때가 가득한 눈으로 보게 되면 삶은 암울하고 비참하고 불행하지만, 먼지와 때가 사라진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마치 미세먼지가 사라진 후 맑고 높은 하늘이 저절로 그 모습을 나타내듯,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저절로 눈앞에 펼쳐지게 됩니다. 같은 세상이지만, 우리 눈앞에는 다른 세상이 저절로 펼쳐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