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61]

행복한 노후

by 걷고

일시: 2020년 5월 12일 (서울 둘레길 양재시민의숲에서 사당역까지 8km)
누적거리: 92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평일 오전에 이 길은 한적할 것 같았으나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고 있다. 홀로 걷는 사람도 있다. 오늘 길은 8 km로 부담 없이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양재시민의 숲에서 둘레길을 찾아 들어가는 지점에서 잠시 길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본 것 외에 길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길은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기는 했지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높낮이다.


여유롭게 천천히 걸으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가끔 길을 걸으며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려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천천히 가는 노력을 한 적이 있다. 길을 걸으며 만약 인생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라면 빨리 가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빨리 도착한다는 것은 빠른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생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고 과정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과정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동시에 도착지점 역시 과정의 하나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다. 길을 걸으며 속도를 버리고 과정을 즐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우면산 진입로에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병아리들이 두 명의 선생들과 놀고 있다. 이 아이들은 복 받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의 어린아이들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어서 찻길을 걷거나 아파트 주변길에서 놀곤 하는데, 이 아이들은 좋은 환경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아이들은 그런 혜택의 중요성을 모르고 자라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 아이들이 성장해서 사회를 이끌어나갈 나이 때쯤에는 환경이 많이 좋아져서 어디서든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중간에 쉬면서 아내가 준비해 준 점심을 먹고 있었다. 7, 8 명의 남성들이 모여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모두 같은 직장 출신 사람들로 과거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전이 벌어졌다. 누구는 사기를 쳐서 회사에서 감옥에 보냈다, 누구는 돈을 횡령해서 자신이 감봉 처분을 받았다는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점심을 먹자니 별로 식욕이 생기지 않았다. 나이 들면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산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지난 회사의 좋은 추억도 아닌 불편한 얘기와 험담하는 모습이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30년 이상을 살아갈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로 시간을 죽이는 모습 또한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다.


개천가를 걷다 보면 사람들이 모여서 장기나 바둑을 두기도 하고,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도서관에 가면 독서삼매에 빠진 분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들이 다르다. 오랫동안 전문직으로 또는 한 직장에 근무하면서 평생 보낸 분들의 뒷모습이 가끔은 쓸쓸하게 보이기도 하고, 존재의 가치를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평생직장 생활을 하셨으니 편안하게 쉬는 시간이 필요하고 천천히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될 것이다. 퇴직 후 갑자기 할 일을 찾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자신으로 새로 태어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모든 퇴직자들께서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행복한 인생 2막을 살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살아온 삶의 방향을 틀어서 새로운 길로 가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거에 묶여 살며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시작은 하고 싶은 일부터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취미나 특기나 평상시 하고 싶었던 일인데 하지 못했던 일부터 찾아가면 어느 정도 큰 방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이고 자신의 가치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모든 퇴직자, 은퇴자들이 자신의 전문 경력과 능력을 잘 살려서 자신의 가치를 찾고 삶의 활력을 찾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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