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저녁 침묵 걷기
일시: 2020년 5월 13일 (독립문역 – 안산 자락길 – 안산 방죽 – 홍제역 8km)
누적거리: 93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매주 수요일 저녁은 길 안내를 하는 날입니다. 수요 저녁 걷기의 콘셉트는 동호회 회원들끼리 즐겁게 수다를 떨며 걷고, 일정 구간을 침묵 속에서 걷고, 마무리를 종소리 명상을 1분 정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침묵 걷기를 시작한 이유는 저녁 시간에 만나서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지만, 차분히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입니다. 종소리 명상은 우리 모두 생각에 너무 빠져 살고 있기에 잠시라도 생각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간 같은 장소에서 진행하는 이유는 익숙한 장소를 걸으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오늘 코스는 독립문역에서 만나 안산 자락길을 걷고 홍제역에는 끝나는 코스입니다. 날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독립문역에서 만날 때 저녁 느낌보다는 오히려 낮 느낌에 가까울 정도로 밝았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진입로의 계단만 오르면 나머지는 모두 완만한 데크길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날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데크길에 어둠이 깔리면서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그런 희미한 어둠 속을 걸으며 하루를 정리해 보기도 합니다. 밝음과 어둠 사이는 차분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기에 아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메타세쿼이아 길에 진입하면서 침묵 걷기가 시작됩니다. 어둠이 짙게 깔렸습니다. 하지만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도 희미한 여명을 볼 수 있습니다. 손전등을 켜게 되면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여명이 깔린 어둠 속을 침묵을 유지하며 걷는 느낌은 평상시에 느껴 볼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13명의 회원들이 침묵을 유지하며 천천히 어둠을 뚫고 걸어갑니다. 숲 속 무대에 도착하여 잠시 편안한 휴식을 취합니다. 그리고 총 네 변의 종소리를 들으며 종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어떤 분은 종소리에 집중하느라 잡념도 들어오지 않고 편안했다고 합니다. 그 말씀에 제가 으쓱해집니다.
종소리 명상을 마친 후 침묵 걷기가 수다 걷기로 바뀝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안산 방죽으로 갑니다. 안산 자락길에 있는 작은 연못입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안산 방죽의 물소리가 경쾌하게 들립니다. 마치 산속의 작은 계곡물소리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곳에 설치된 작은 분수에서 물이 나오고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안산 방죽의 느낌은 선계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너무 조용하고 차분하고 안갯속에 갇혀있어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비경을 보는 느낌입니다.
안산에는 지난주와 다른 꽃 길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조명으로 만든 꽃 길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 꽃 길은 마치 안산의 산신령께서 우리를 위해 만들어 주신 길 같았습니다 그 길은 힘든 시간 잘 버텨냈으니 지금부터 꽃 길만 가라는 산신령님의 선물입니다. 그 길이 너무 아름다워 차마 밟고 지나갈 수 없었지만 용기 내어 밟고 지나갔습니다.
우리의 수요 걷기는 안산 방죽과 꽃 길을 지나 홍제천을 따라 걸은 후 홍제역에서 마무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