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64]

회자정리(會者定離)

by 걷고

코스: 20200521 서울 둘레길 (사당역 – 석수역 13km)

20200520 수요 침묵 걷기 (안산 자락길 8km)

누적거리: 98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며칠간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후배의 무례한 행동으로 인한 불쾌한 감정 때문이다. 그 상황과 불편한 마음에 관해 곰곰이 생각하며 걸었다. 상황과 감정을 분리시켜보았다. 후배가 한 행동은 후배의 몫이다. 그 행동으로 인한 불쾌한 감정은 나의 것이다. 내가 다룰 수 있는 부분은 나의 감정이다. 그의 행동은 내가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왼손잡이인 나는 술이 조금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왼손으로 술을 따르고 마시는 습관이 나온다. 사회에서는 결례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후배는 그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겨서 고치라고 지적을 했다.


왜 그렇게 불쾌했을까? 상대가 후배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어려운 선배가 지적을 했다면 오히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후배의 태도가 옳고 그름은 내가 판단할 것이 아니다. 고민할 부분은 상대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다. 물론 후배의 말하는 태도도 그다지 곱지만은 않아서 더욱 불쾌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단순히 이번 한 번의 행동만으로 인해 불쾌한 것이 아니라, 그간 쌓여온 여러 경험들로 인해 그런 감정이 올라왔을 것이다.


그 후배 생각을 하다가 한 선배가 생각났다. 40년 이상 알고 지내온 선배님으로 지금도 좋은 인연을 잘 이어오고 있다. 얼마 전부터 그 선배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려움은 사라지고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60대 중반의 나이가 되니 선후배라는 개념이 흐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옳은 행동은 아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가 더욱더 중요한 시점이다. 만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술 한잔 나눌 친구의 수와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지금 만나고 있는 분들은 그만큼 소중하고 귀한 분들이다.


후배가 내게 한 행동과 내가 선배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며 ‘업보’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배에 대한 불쾌한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사람을 차별하는 분별심을 반성하게 되었다. 또한 후배라는 생각보다 인생 친구로 생각하는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누가 내게 어떤 언행을 해도 그것은 그들의 언행일 뿐이다. 내가 신경 쓸 부분은 나의 감정과 반응을 살피며 그로 인해 불필요한 감정과 에너지의 소모를 방지하는 것이다. 동시에 선배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떠오르며 가까운 시일 내에 한번 찾아뵙고 사과의 말씀과 함께 막걸리 한잔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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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불편한 관계로 인해 사람들과의 인연을 단절한 적도 있다.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다. 그 만남을 통해 성숙해지거나 퇴보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떠나는 인연을 붙잡을 필요는 없다. 떠날 인연 보내고 오는 인연 맞이하면 된다. 다만 스스로 감정을 견디지 못해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빨리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관계 단절이나, 회피, 중독, 또는 대안을 찾아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감정이 숨어있다가 어느 순간 튀어나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그보다는 감정이 변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견디는 연습을 통해 마음 근육을 키우며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또 사회생활에서 우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성급한 결정과 판단을 한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받아들이며 견디며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것 같다.


사당역에서 석수역으로 걸어가는데 반대편에서 눈에 익은 두 분이 걸어오고 있었다. 걷기 동호회에서 같이 활동했던 분들로 얼마 전에 탈퇴한 분들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각자 걷기 마친 후 술 한잔 하며 헤어졌다. 길을 걸으며, 또 그분들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만난 자는 헤어진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만남’과 ‘헤어짐’ 역시 자신이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모든 판단과 결정을 내려놓고 오직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우리의 수준에 맞는 결정을 내려준다. 우리는 단지 그 일을 할 뿐이다. 비록 그 일이 행복한 일이든 비참한 일이든 받아들이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충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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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길 산티아고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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