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아간다는 것

by 걷고



삶 속에서 사람 관계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신 표현을 잘 못하고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가는 편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얘기를 하는 경우에도 저는 별로 할 말이 없어서 듣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특별한 주제도 없이 신나게 가끔은 시끄럽게 얘기를 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못 가진 것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마치 자신이 손해라도 본 양 핏대를 세우기도 합니다. 양보와 권리 주장의 구분을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 사람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고 늘 사람들 속에 홀로 있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제 성향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어떤 단체나 조직 내에도 깊숙하게 들어가지 않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제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부담스럽습니다. 제 생활에 간섭을 하거나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불편합니다. 특히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나이 등을 앞세워 제 권리나 자유를 침해하려는 행위는 참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 어떤 단체나 조직, 어떤 사적인 모임에도 늘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편합니다. 한두 명 정도 절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제 성향상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좋은 인연을 유지하는 분들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자신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의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해 대인 관계가 불편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제 내면의 열등감이나 자기표현의 부족 또는 권위 불화로 인한 이유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제 생활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신을 알게 되면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취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됩니다. 삶의 선택권과 주도권을 갖게 되면 자신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구별하게 됩니다. 타인의 선택이나 결정을 따르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게 됩니다.

저는 걷기를 많이 좋아합니다. 걸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자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걷는 것도 함께 걷는 것보다 홀로 걷는 것이 편하고 좋습니다. 이 역시 개인적인 성향 때문입니다. 굳이 함께 걷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걸을 만큼 걷거나 코스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변경하거나 선택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른 사람과 동행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신경을 쓰고 서로 의견도 조율하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걷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같이 걸을 때에는 당연히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점점 홀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제 성향과 가깝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만의 색깔로 저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굳이 저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또는 타인을 시선에 맞추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발견한 것 중 하나는 제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글로 표현하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말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들을 글을 통해 토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감추지 않고 글로 정리하는 편입니다. 혼란스럽던 상황이나 마음이 정리되기도 하고, 고민했던 상황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글 하나를 마무리하고 나면 뭔가 창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글 감을 갖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첫 글을 쓰기가 힘들 때도 있지만, 쓰다 보면 쓰입니다.


‘걷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제게 ‘걷기 일기’는 아주 좋은 놀 거리이자 할 거리입니다. 홀로 걸으며 느낀 점을 글로 옮기는 작업은 신나는 놀 거리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일기는 죽을 때까지 쓰려고 합니다. 최근에 걷기 일기에 포함하고 싶은 내용이 생겼습니다. 걷기 평균 속도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스콧 니어링이 나이 들어가면서 신체 변화를 기록한 내용을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거리를 걷는 시간의 변화, 들고 오는 장작 수의 변화, 음식량의 변화 등을 적은 내용입니다. 걷는 속도를 기록하여 십 년 뒤 속도가 얼마나 느려졌는지 기록을 통해 확인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고, 그 방식대로 살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욕심을 버릴 수 있고, 염치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겸손을 배울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비교를 하지 않게 되면서 우열로부터 벗어나 행복할 수 있게 됩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추는 삶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얼굴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그런 자신에게 연민과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고, 그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세상이 변하거나 주위 사람들이 변해서 편안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게 됩니다. 자신을 알게 되면 같은 세상이지만, 다른 세상을 살게 됩니다.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발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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