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들어 놓은 변화 중 가장 큰 것이 언택트 현상이다.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는 택시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되었고, 좌석에 앉을 때에도 가능하면 떨어져 앉는다. 사람들끼리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반면에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일상적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경계심과 만남의 소중함, 두 가지의 상반된 모습을 지닌 채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대면 상담을 못하고 전화 상담으로 진행해왔다. 이번 주부터 다시 대면 상담이 시작되었다. 몇 달 만에 상담 센터 문이 열린 것이다. 내담자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인 어려움에 코로나까지 겹쳐서 심리적인 어려움이 커졌을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우울감, 함께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가족 간의 갈등, 장기적인 고용 침체로 인한 불안감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상담 센터 입구에 마스크 착용 공지가 붙어있다. 안내 데스크에 손 세정제가 놓여있다. 상담실 안에 들어가니 책상 배치가 가로에서 세로로 바뀌어져 있었다. 내담자와 상담자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배치다. 예전에는 가로로 배치되어 내담자와 상담자의 거리가 채 1m도 안 되었는데, 세로로 배치되면서 최소한 2m 정도 확보한 것이다.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니 내담자의 표정을 읽기가 어렵다. 둘 사이의 간격이 멀어지니 서로 경계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스크를 쓰고 세로로 배치된 책상 양쪽 끝에 마치 적대적 상황에 처해있는 정상처럼 앉아서 상담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순간이 흘렀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거리와 마스크로 인한 불편함은 사라졌고 상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전화 상담 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전화 상담은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목소리 느낌과 진술을 바탕으로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상담을 진행하니 말이 겹치는 순간도 있었고, 표정과 비언어적 표현을 읽을 수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또한 침묵의 순간을 통화가 끊긴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전화 상담을 몇 회기 진행하면서 상호 간에 익숙해져서 별 무리 없이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화상 상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전에는 대면 상담 외의 상담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는데, 사회적인 변화로 사고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전화 상담과 마스크를 쓰고 하는 상담을 경험하며 화상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오히려 화상 상담은 전화 상담보다는 얼굴 표정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으니 조금 더 상담 효과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센터를 차리지 않고 화상 상담을 진행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상담료를 낮게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설 상담 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할 경우 내담자의 부담이 적지 않은 편이다. 센터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이 필요 없어지게 되니 자동적으로 상담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또한 물리적 거리로 인한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기에 내담자나 상담자 모두에게 편안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되었다면 더욱더 화상 상담이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정부 위탁 상담 센터에서 직장인, 성인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해왔다. 앞으로 나이 들어가면서 상담 센터에서 근무할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상담은 평생 하고 싶은 일이고, 할 일이다. 한 사회단체에서 상담 봉사 활동을 4년 이상 하고 있고, 이 봉사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봉사 활동 외에도 개인 상담을 계속 진행하고 싶다. 어느 센터에도 소속되지 않고 홀로 개인 상담을 평생 하고 싶다. 올해까지는 정부 위탁 센터와 계약이 되어 있어서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내년에 다시 재계약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부터는 어디 소속이 아닌 내 이름을 걸고 개인 상담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화상 상담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화상 상담에 관한 공부도 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지 못한 점과 대면 상담과의 차이점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화상 상담을 위한 컴퓨터 활용 방법과 시스템에 대한 검토를 통해 내담자와 상담자 간의 효율적이고 편안한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1, 2년 내에 나의 이름을 걸고 화상 상담 센터를 준비할 생각이다. 공부와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천천히 준비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가 만들어 준 좋은 변화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