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65]

서울 둘레길 1회 차 (수락 불암산 코스 도봉산역 - 당고개)

by 걷고

코스: 20200523 서울 둘레길 수락 불암산 코스 (창포원 – 당고개역 9km)

누적거리: 99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16회에 걸쳐 진행될 서울 둘레길 첫걸음을 했습니다. 저 포함하여 14명이 참석하였습니다. 단 한 번의 답사를 다녀왔기에 길 안내자로서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1시간 전에 도착해서 진출로를 미리 살펴보았습니다. 서울 둘레길 안내 사무실에 들려서 참석자 수만큼 스탬프 북을 준비했습니다. 병풍처럼 옆으로 펼쳐지는 스탬프 북을 접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생각하며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하는 즐거움을 잠시 느꼈습니다.


도봉산역 2번 출구는 어느 노선을 타고 오느냐에 따라 다소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7호선을 타고 오면 2번 출구를 찾기가 쉬운데, 1호선을 타고 오면 2번 출구 찾기가 혼란스럽습니다. 한 분께서 1호선 출구로 자원해 가셔서 혹시나 헤맬 수 있는 길동무들을 위한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그런 마음이 참 곱고 아름답습니다. 그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창포원에서 인사하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도심을 통과하여 숲 속 초입에서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먹었습니다. 김밥, 떡, 빵, 계란, 파인애플, 커피 등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여유롭게 준비하여 서로 나누는 모습 역시 보기 좋았습니다. 지나가던 한 노인께 빵을 드리는 마음도 아름다웠습니다. 매트를 깔면 식당이 되고, 접으면 길이 됩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걷기 시작했습니다.


식사 후 바로 맞이하는 오르막은 오늘 걷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길의 난이도는 ‘상’입니다. 둘레길 사무실에서 분류해 놓은 난이도 수준입니다. ‘상’은 ‘상’ 답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상’이나 ‘하’는 그냥 분류에 불과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기에 그냥 걷습니다. ‘상’이라서 못 가거나 ‘하’라서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런 분류가 마음 준비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편견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날씨가 조금 무더웠지만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걷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달콤함을 선물해줍니다.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바람입니다. 바람, 짙은 녹음, 길동무들과의 즐거운 대화, 중간중간 쉬는 휴식의 즐거움, 간식을 나눠 먹는 즐거움, 햇빛을 쬐다 숨는 뱀 등 많은 기억과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길을 답사할 때는 벚꽃이 한창이었는데 모두 울창한 숲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다음에 이 길을 걸으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입니다. 같은 길도 결코 같지 않습니다. 걸을 때마다, 누구와 걷는지, 어떤 계절, 어떤 날씨에 걷는지에 따라 다른 길이 됩니다. 그래서 늘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길을 걷는 것입니다. 우리네 삶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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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안내자로서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언제쯤 쉬는 것이 좋은지 결정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체력의 차이가 있고,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다르기에 쉬는 타이밍을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자주 쉬면 지치게 되고, 쉬지 않으면 힘들어합니다. 답사를 한 번만 했기에 길을 잃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걸으며 늘 서울 둘레길 안내 표식을 집중해서 찾게 됩니다. 화살표, 주황색 리본, 도로 위의 화살표, 나무 안내판 등에 의지하며 길을 걷습니다. 그럼에도 혹시나 중간에 리본이나 작은 화살표가 보이지 않으면 내심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시간 배정도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길을 잘 알면 어느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는 가늠을 할 수 있는데, 한 번의 답사로 시간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안내를 하며 뒤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혹시나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는지,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너무 멀리 떨어지지나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 길을 안내하며 몸도 바쁘게 움직이지만 머릿속도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너무 걱정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걷기 마친 후에 귀가하실 분들은 먼저 가셨고, 8명과 함께 즐거운 뒤풀이를 했습니다. 역 주변의 식당 두어 곳은 만석이라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의미해 보였습니다. 조금 걸은 후 호프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 재난 지원금 사용처, 은퇴 후 삶의 모습 등 다양한 주제가 안주가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게 됩니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비록 짧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한 인생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 사람이 더욱 잘 보이게 됩니다. 선명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오해보다는 이해와 연민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길을 걸으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배우고 감사함을 느낍니다. 힘든 길 함께 걸었던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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